"홈쇼핑도 전화로만 주문했는데"…고령층의 '디지털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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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사진 편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어요.”
“우선 갤러리 들어가서 어떤 사진을 편집하고 싶으신지 골라주시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대치2동주민센터. 여기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상담소’는 일대일 강의가 한창이었다.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해 맞춤형 강의를 진행하는 이곳은 지난 8일 문을 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다가 대면 강의에 대한 요청이 많고 코로나19 확산세도 다소 수그러져 열게 됐다”며 “문 연 지 얼마 안됐지만 빈 시간대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는 강의는 50분씩 일대일이나 소규모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온라인·모바일이 강조되고 있지만 장·노년층 등 정보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디지털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포비아(첨단기술에 대한 공포감)’를 겪는 이들은 디지털이 편리함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함과 공포라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활용 교육이 더 늘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을 고려한 기술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고령층은 떠밀리듯이 디지털 기기를 배우고 있다. 최근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전송하고 저장하는 법을 배우는 황모씨(60) 같은 경우가 그렇다. 황씨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친구나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낙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직도 앱을 쓰는 것은 서툴러서, 홈쇼핑 앱으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것을 알면서도 할 줄 몰라서 ARS(전화)로만 주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으니 척척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익숙하질 않으니 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디지털 울렁증’도 호소한다. 주변에서 받는 ‘눈칫밥’에 안 그래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기기 앞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현상이다. 주부 김주원 씨(49)는 “다들 비대면하라고 하니까 마트 안 가고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쇼핑하고 싶지만 로그인 화면부터 막힌다”며 “자녀들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매번 눈치가 보이고 민망하다 보니 아예 안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명의 이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 ‘시간 지연’ ‘주문 실패’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버스터미널에서 더는 발권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영문으로 표기된 메뉴 분류를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 교육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키오스크 교육을 받는 분들이 ‘일반 매장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기를 배우는 것은 생업과도 연결된 문제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실직한 안종희 씨(64)는 “종업원으로 일할 때 쿠팡, 배민(배달의민족) 등으로 주문이 계속 오는데 컴퓨터로 처리하는 법을 잘 모르다보니 일하기 너무 힘들었다”며 “실업급여 받는 동안이라도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도 많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 이은애 씨(45)는 “스마트폰으로 재난지원금 신청하는 것부터 지도앱으로 주소를 찾는 것까지 코로나19 이후 고난의 연속이다”며 “주변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답답해하면서 유튜브 보고 따라하라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방역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입법조사처의 ‘비대면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방안’ 보고서는 “(마스크가 부족할 때 판매하는 마스크 수량을 보여주는) 마스크 앱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은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해 조성된 (비대면) 환경은 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정보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선 갤러리 들어가서 어떤 사진을 편집하고 싶으신지 골라주시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의 대치2동주민센터. 여기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상담소’는 일대일 강의가 한창이었다. 디지털 기기 활용에 대해 맞춤형 강의를 진행하는 이곳은 지난 8일 문을 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다가 대면 강의에 대한 요청이 많고 코로나19 확산세도 다소 수그러져 열게 됐다”며 “문 연 지 얼마 안됐지만 빈 시간대가 없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는 강의는 50분씩 일대일이나 소규모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온라인·모바일이 강조되고 있지만 장·노년층 등 정보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디지털 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포비아(첨단기술에 대한 공포감)’를 겪는 이들은 디지털이 편리함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함과 공포라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활용 교육이 더 늘어나야 할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을 고려한 기술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생 전화가 익숙했는데 앱 쓰라니 막막”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고령층은 떠밀리듯이 디지털 기기를 배우고 있다. 최근 주민센터에서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사진을 전송하고 저장하는 법을 배우는 황모씨(60) 같은 경우가 그렇다. 황씨는 “내가 찍은 사진들을 친구나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낙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아직도 앱을 쓰는 것은 서툴러서, 홈쇼핑 앱으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것을 알면서도 할 줄 몰라서 ARS(전화)로만 주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익숙했으니 척척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익숙하질 않으니 배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디지털 울렁증’도 호소한다. 주변에서 받는 ‘눈칫밥’에 안 그래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기기 앞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현상이다. 주부 김주원 씨(49)는 “다들 비대면하라고 하니까 마트 안 가고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쇼핑하고 싶지만 로그인 화면부터 막힌다”며 “자녀들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매번 눈치가 보이고 민망하다 보니 아예 안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없는 고령소비자 10명의 이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 ‘시간 지연’ ‘주문 실패’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버스터미널에서 더는 발권을 진행하지 못하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영문으로 표기된 메뉴 분류를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 교육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키오스크 교육을 받는 분들이 ‘일반 매장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기를 배우는 것은 생업과도 연결된 문제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다 실직한 안종희 씨(64)는 “종업원으로 일할 때 쿠팡, 배민(배달의민족) 등으로 주문이 계속 오는데 컴퓨터로 처리하는 법을 잘 모르다보니 일하기 너무 힘들었다”며 “실업급여 받는 동안이라도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강의도 많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자영업자 이은애 씨(45)는 “스마트폰으로 재난지원금 신청하는 것부터 지도앱으로 주소를 찾는 것까지 코로나19 이후 고난의 연속이다”며 “주변에 능숙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답답해하면서 유튜브 보고 따라하라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방역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입법조사처의 ‘비대면 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방안’ 보고서는 “(마스크가 부족할 때 판매하는 마스크 수량을 보여주는) 마스크 앱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은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해 조성된 (비대면) 환경은 이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정보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큰 장벽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취약계층 고려한 기술 개발 필요해
전문가들은 고령층들의 전반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 자체는 높아졌으나 여전히 상대적으로는 능력이 뒤처져 있기에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는 “대면 소통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 소통이라도 가능하려면 디지털 활용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복지 차원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앱이나 키오스크 등의 디지털 기기가 취약계층을 고려해서 개발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 개발에서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구성원 모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위원은 “엘리베이터도 처음에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쓰고 있듯이 일부가 아닌 모두를 대상으로 한 기술 개발이 더 많은 편익을 만든다”며 “앱이나 홈페이지를 만들 때 처음부터 큰 글씨 적용, 음성 안내 등 기능을 포함해 장노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정기술’도 ‘디지털 포비아’를 위한 대안으로 제안된다. 적정기술이란 첨단기술과 하위기술의 중간 정도 기술로, 출입관리 때 QR코드 체크인 대신 안심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심콜은 방문객이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해서 방문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휴대폰번호 및 방문 일시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방식이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
애초에 앱이나 키오스크 등의 디지털 기기가 취약계층을 고려해서 개발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술 개발에서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구성원 모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위원은 “엘리베이터도 처음에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쓰고 있듯이 일부가 아닌 모두를 대상으로 한 기술 개발이 더 많은 편익을 만든다”며 “앱이나 홈페이지를 만들 때 처음부터 큰 글씨 적용, 음성 안내 등 기능을 포함해 장노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정기술’도 ‘디지털 포비아’를 위한 대안으로 제안된다. 적정기술이란 첨단기술과 하위기술의 중간 정도 기술로, 출입관리 때 QR코드 체크인 대신 안심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심콜은 방문객이 본인의 휴대폰을 이용해서 방문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휴대폰번호 및 방문 일시가 자동으로 저장되는 방식이다.
김남영/최다은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