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서울 숭인동 맹그로브하우스에서 샌드박스 사업 강화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지난 4일 서울 숭인동 맹그로브하우스에서 샌드박스 사업 강화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입법자 관점에서 무엇을 얘기해야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최태원 서울상공회의소 회장) “필요한 건 언제든 연락하면 몸 바쳐 돕겠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오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선출되는 최태원 서울상의 회장이 박용만 현 회장을 만나 샌드박스 사업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스타트업과의 소통을 확대해 대한상의 활동에 반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한상의는 박 회장과 최 회장이 등장하는 ‘샌드박스 스타트업과의 대화’ 영상을 14일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 4일 서울 숭인동 공유주거하우스 맹그로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박 회장의 마지막, 최 회장의 첫 대한상의 공식 행사였다. 조강태 MGRV 대표, 김동민 JLK 대표 등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을 받고 있거나 신청한 스타트업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샌드박스 사업 더욱 탄력

이날 모임과 대화는 시종일관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박 회장은 “법과 제도가 창업해서 성장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샌드박스 창구를 열었다”며 “최 회장이 앞으로도 젊은 사업가들을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샌드박스를 통해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대한상의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한상의 샌드박스는 박 회장이 추진한 대표 사업이다. 규제에 가로막힌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준다. 박 회장은 샌드박스 홍보 영상마다 직접 내래이션을 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왔다. 2019년 주방 한 곳에서 여러 업체가 사업할 수 있는 공유주방 사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샌드박스를 통과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얻어내자 그는 “공무원들 한 명 한 명을 업어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서도 공유주거 스타트업 MGRV를 창업한 조 대표에게 “(샌드박스 통과되면) 근육 키워서 최 회장 한번 업어드려”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

새 부회장단도 힘 보탤 것

올해에는 대한상의 샌드박스 사업이 더욱 탄력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나만 (샌드박스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이번에 대한상의 부회장단에도 스타트업과 관련된 분이 많이 왔으니 같이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등 부회장단에 합류한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인들이 힘을 보탤 것이란 의미다.

최 회장은 스타트업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전에 취합된 질문지가 담긴 바구니에서 하나씩 뽑는 식이었다. ‘스타트업 대상 테드(TED)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어떤 형태로든 스타트업과 소통해 대한상의 활동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이제는 기업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며 “기업의 역할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모래시계를 선물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모래시계는 뒤집으면 시작되고, 또 뒤집으면 다시 시작되는 ‘끝없는 시간’을 상징한다”며 “사업이 허가받을 때까지 대한상의가 끝없이 스타트업을 돕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