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폐기물도 증가세…분리배출 했다지만 재활용 않고 다시 매립·소각
환경부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 발표…"쓰레기 에너지 회수해야" 제안도
코로나19로 폐기물 급증…"매립·소각장 혐오 인식 바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폐기물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불법 폐기물이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폐기물 처리 시설 또한 포화 상태지만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시설 확충은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고, 민간에서도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을 론칭하는 등 폐기물 문제 해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 불법 폐기물 증가 추세…매립·소각장 설치 어려워
국내 생활 폐기물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4년 일평균 40만1천658t이었던 총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일평균 49만7천238t까지 불었다.

1인 가구의 증가, 배달서비스 및 온라인 쇼핑의 확대 등에 따라 일회용품이나 포장재 사용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을 비롯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한 양상이다.

설상가상으로 폐기물 선별장 폐플라스틱 등의 가격마저 내려가 소각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사례 또한 늘고 있다.

부당하게 버려진 불법 폐기물은 현재까지 161만6천t이 발생했고, 아직 27만3천t이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CNN 등에 보도돼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의성 쓰레기산이 불법 폐기물의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폐기물의 증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으나 폐기물에 대한 인식이나 폐기물 처리 방안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 폐기물 매립지를 둘러싼 지자체들 및 주민 간의 갈등이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현재 모두 인천 서구에 조성된 수도권 매립지에서 처리된다.

현재 사용되는 부지는 3∼5년 안에 용량이 포화할 예정이지만, 대체 매립지에 대한 공모는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고 3조3천억원 규모의 지원금이 내걸렸는데도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인천은 다른 지자체의 폐기물을 받지 않는 자체 매립지를 영흥도에 조성하겠다며 제2영흥대교 건설 등 각종 혜택을 약속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폐기물 처리 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매립지뿐만 아니라 직매립되는 폐기물량을 줄이기 위한 소각장 또한 혐오시설로 인식돼 설치에 어려움이 많다.

환경부는 폐기물을 발생지에서 책임지게 하는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생활폐기물 직매립 또한 단계적으로 금지할 예정이지만,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폐기물 급증…"매립·소각장 혐오 인식 바꿔야"
◇ 분리배출해도 재활용 안되고 다시 매립·소각…비용·기술부족 문제
폐기물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에 더해 비용 과다와 기술 부족 등의 문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방법 중 가장 친환경적이라 꼽히는 재활용을 살펴보면 우리 국민의 분리배출 참여율은 높은 편이지만, 배출된 폐기물에 대한 재활용률은 생각보다 낮다.

한국환경공단은 2019년 전체 폐기물 중 86.5%가 재활용되고 6.1%, 5.2%만이 각각 매립 혹은 소각된다고 집계했으나, 이는 재활용 선별업체에 전달되는 비율만으로 계산한 것이다.

선별업체로 간 폐기물이 얼마나 다시 버려지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많은 비율의 폐기물이 재활용이 안 돼 결국 다시 매립 혹은 소각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0∼12월 충북 소재 재활용품 공공 선별시설 4곳을 조사한 결과 테이크아웃 컵과 음식 용기 포장재 등은 재활용 의무 대상이지만 다른 재질로 만든 포장재와 구분이 쉽지 않아 선별하지 않고 매립·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충남대도 일회용 플라스틱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추정되는 생활계 폐기물의 물질 재활용률이 약 13%에 불과해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소각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별이 자동으로 되는 게 아니라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크기가 작거나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복합재질로 돼 있으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며 "재활용 업체에서도 폐기물 전체가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은 소각 혹은 매립할 것으로 생각하고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몇 년 전 재활용 수거 중단 사태가 일어난 후에야 재활용 산업을 지원·육성하기로 약속하고 공공비축 및 가격연동제 등을 마련했으나 재활용업계에서는 여전히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아울러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미진하다.

신재생에너지 로드맵은 2011년 이후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고, 생활폐기물 소각 및 열 회수 등에 관해서는 폐자원에너지 지원책을 포함한 '폐자원에너지 종합대책'은 올해서야 수립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폐기물 급증…"매립·소각장 혐오 인식 바꿔야"
◇ '자원순환정책 대전환계획' 발표…"쓰레기 에너지 회수해야" 제안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폐기물 처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폐기물을 감축하고, 재활용 가능성과 가치를 고려해 분리배출하는 데 더해 폐기물 발생지 책임 원칙을 확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환경부는 아울러 탄소중립을 향해가는 주요 시나리오 중 하나로 '생산·소비 감축 → 재활용 확대 → 직매립 금지' 등 폐기물 전 과정 관리를 강화하는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도 최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폐기물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발생 단계에서 감량 부분을 반영한 것은 유의미하나, 재생원료 사용 등이 의무화되지 않았고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대책 또한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해 업계에서 재활용 가능 여부를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며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 원칙이 제대로 적용돼야 하고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회수 등 기술을 도입해 폐기물 처리 효율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있다.

에너지 회수는 매립양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소열을 회수해 발전 및 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기후변화센터와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지난해 말 쓰레기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가상 마을인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을 론칭했다.

쓰레기 에너지 회수 마을은 쓰레기 에너지를 회수하는 과정에 과학적 연구를 적용하고 국민 공감대 확산 및 제도 마련 제안 등을 하기 위해 뜻을 모은 공동체다.

기후변화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회수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민의 반대로, 국민은 여전히 소각장을 다이옥신 배출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일반 소각시설은 대기오염 방지 시설을 잘 갖추게 돼 있어 신설 소각장은 대기환경보존법의 기준보다도 더 오염물질을 잘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오염 처리 기술 등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다면 에너지 회수 비중을 높일 수 있다"며 "에너지 회수 시설을 지역사회의 랜드마크로 탈바꿈시킨 해외 혁신 사례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