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향후 에너지 운반체로 기능할 것이라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다봤다. 사진=현대차그룹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가 향후 에너지 운반체로 기능할 것이라고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내다봤다. 사진=현대차그룹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전용 전기차의 등장으로 배터리를 외부 전력 공급용으로 활용하는 등 전기차의 새로운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5일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 운반체로서 전기차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외부 전원 연계 방식은 야외에서 전기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V2L, 정전 상황에서 주택과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V2H·V2B,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V2G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차 아이오닉 5에는 72.6㎾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가정에서 약 10일간 사용하는 전력이 저장된다. 아이오닉 5에는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이 탑재됐다.

V2H·V2B는 정전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 주택과 건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스타트업 오시아코(Ossiaco)가 개발한 전기차 충전기가 대표적이다. 이 충전기는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과 연동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정전 시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응급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V2G는 전기차를 전체 전력공급망에 연결해 전력 수요에 따라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를 유동적으로 활용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기능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V2G를 활용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닛산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고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친환경차에 2만엔의 구매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등 에너지 운반체로서의 전기차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연구원은 이러한 외부 전력 공급 기능은 반복된 충·방전으로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키고 주행거리도 단축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터리 전력 소모가 큰 V2G는 빠르게 보편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연구원은 향후 배터리 성능이 향상되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모델이 늘어나면 ESS와 에너지 운반체로서 전기차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