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칼 한자루만 갈겠다는 중국 [Dr. J’s China Insight]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작은 영토의 나라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살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력에 바탕을 둔 수출의 힘입니다.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구조상 수출은 한국경제의 엔진입니다.
1980년대에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가 드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면 바로 한반도에는 강풍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총수출의 30%를 중국에 하고 있고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중국에서 벌어 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사드사태, 한한령(限韓令), 미중무역전쟁 등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은 '키워드 정치'를 합니다. 비유와 은유를 섞어서 말하는 것이 일상화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의 발표를 보면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로만 보입니다. 2021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서에는 1만6510자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 한 개의 표나 그림도 없습니다. 양회의 마지막날 국무원을 책임지는 총리의 기자와 직접 일문일답을 하는 내외신기자회견이 관심을 끕니다.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기자회견은 장장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됐고 11명의 내외신기자가 다양한 방면의 질문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필자가 항상 관심있게 보는 것은 통역언어와 질문하는 외신기자의 순서입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의 외교에서 어디에 관심있고 어떤 나라에 많이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일본입니다. 원래 5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일본어를 추가해 6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일본을 중시한다는 얘기겠지요. 질문한 외신기자로는 미국, 스페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5개국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일본은 3번째로 질문했고 질문을 한 외신기자중에서 한국기자는 없었습니다.
'군복만 안 입었지 외교관은 전사(战狼外交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투적인 중국외교는 전인대 기자회견도 외교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중국의 올해 외교의 방향을 설명하는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참석 외신기자 49명 중 중국과 싸움 중인 영국에 대해 영국기자는 로이터 1명만 허가했고 BBC는 참석을 불허해 중국의 좁쌀 같은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 외신기자의 질문순서는 러시아→이집트→미국→ 프랑스→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일본 순으로 일본은 7번째로 질문했습니다. 한국기자에게는 질문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이슈에 관해 우리 끼리 친중이네 반중이네 하면서 매일 서로 편갈라 치고 받고 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 양회의 기자회견을 보면 중국은 한국에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아세안-쿼드 전략'의 중심에 있는 일본에 더 많이 집중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란 말은 당나라 시인 가도(贾岛)의 오언고시, '검객(剑客)'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십년을 두고 한 자루의 칼을 갈아, 서릿발 같은 칼날을 만들어서 아직 시험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대에게 이 칼을 보여준다는 내용입니다. 십년을 두고 칼 한자루를 간다는 말은 원래는 불의를 무찌르기 위해 원대한 계획과 결심을 가졌다는 말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미국은 중국을 무역이 아닌 기술로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5G장비에서 세계1위인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MIC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기술기업들에 대해 미국시장에서 상장폐지 위협과 자금조달과 지수편입금지, 핵심부품인 반도체공급제한 그리고 미국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제품과 기술판매제한 등으로 중국 첨단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에서 사사건건 미국에 대들던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에서 기술과 제품의 공급중단 카드를 꺼내 들자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첨단기술 국산화가 바로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국가의 최대과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장기전에 강합니다. 미국의 '중국의 목을 조이는(卡脖子)' 핵심 첨단기술에 대해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술국산화에 목숨 건다는 얘기를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번 양회의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의 빅픽쳐를 제시하는 14차5개년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2025년까지 반드시 육성할 8개 첨단산업과 2035까지 완성할 6대 첨단 과학기술을 제시했습니다. 8대첨단기술은 지금 미국과 경쟁하는 핵심분야가 모두 망라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같은 첨단 신소재산업, 고속철도 같은 중대기술장비 산업, 스마트제조 및 로봇기술, 항공기엔진 및 가스터빈, 위성통신, 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첨단 의료장비와 신약, 첨단 농업기계 장비 등입니다. 향후 15년간 달성할 7대 첨단과학기술은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 과학, 유전자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과 헬스케어, 우주 심해 극지탐사 기술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나라 중국은 계획 잡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루는 나라입니다. 트럼프의 어설펐던 미·중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제대로 각성 시키고 그간 중국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 버린 상황입니다.
중국은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효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번 목표를 세우면 강한 집중력과 통제력 그리고 사회자원을 총동원해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결시켜 목표를 반드시 이룬다는 점을 두렵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중국이 독하게 마음먹고 10년간 칼을 간다면 그 날카로운 칼날의 끝은 미국만 겨누게 될까요?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구성을 보면 소비재가 5%, 원자재가 32%, 자본재가 62%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기술 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보다 먼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집중하는 2025년까지의 중요산업은 모두 한국이 집중육성해야 하는 산업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중국의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첨단기술 개발하겠다는 말을 옆집의 허풍으로 들어서는 안됩니다. 중국보다 기술에서 한발 앞서지 못하면 지금 누리는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대중국 특수는 5년내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다칩니다. 제조업에서 이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중국에게 전통제조업으로 계속 경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돌 맞는 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9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 세계시장점유율이 중국보다 큰 것은 반도체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세계평균을 못 따라가는 성장을 하기 시작한 지가 2011년이후 10년이 넘었습니다. 중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신규편입 되면서 한국비중이 계속 줄어들자 성장하는 나라 중국비중을 계속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제조업과 기술력의 부상, 너무 속상해 할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인 메모리반도체도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전해온 산업이지요. 미국과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에 넘겼다고 그리 애통해 하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은 자기네 나라 반도체기업의 뒤통수친 한국의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서 묻어둔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중국에 당했다고 징징거리고 만 있을 건 아니고 미국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기업 뒤통수 친 중국산업에서 최고의 중국기업의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것이 최선의 복수일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젠 손과 기술을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일하게 시켜 중국의 고성장과 신기술개발의 과실을 따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1980년대에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은 감기가 드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베이징 나비의 날개 짓이 서해를 건너면 바로 한반도에는 강풍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총수출의 30%를 중국에 하고 있고 전체 무역흑자의 86%를 중국에서 벌어 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사드사태, 한한령(限韓令), 미중무역전쟁 등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회의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나라 '일본'
그래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중국의 최대정치행사인 양회의가 지난 3월11일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표의문자의 나라 중국은 '키워드 정치'를 합니다. 비유와 은유를 섞어서 말하는 것이 일상화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중국정부의 발표를 보면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로만 보입니다. 2021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서에는 1만6510자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 한 개의 표나 그림도 없습니다. 양회의 마지막날 국무원을 책임지는 총리의 기자와 직접 일문일답을 하는 내외신기자회견이 관심을 끕니다. 리커창 총리의 내외신기자회견은 장장 2시간20분에 걸쳐 진행됐고 11명의 내외신기자가 다양한 방면의 질문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필자가 항상 관심있게 보는 것은 통역언어와 질문하는 외신기자의 순서입니다. 이것은 바로 중국의 외교에서 어디에 관심있고 어떤 나라에 많이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일본입니다. 원래 5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지만 올해에는 일본어를 추가해 6개 언어로 통역을 실시했습니다. 그만큼 중국이 일본을 중시한다는 얘기겠지요. 질문한 외신기자로는 미국, 스페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5개국 기자가 질문했습니다. 일본은 3번째로 질문했고 질문을 한 외신기자중에서 한국기자는 없었습니다.
'군복만 안 입었지 외교관은 전사(战狼外交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투적인 중국외교는 전인대 기자회견도 외교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중국의 올해 외교의 방향을 설명하는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을 보면, 참석 외신기자 49명 중 중국과 싸움 중인 영국에 대해 영국기자는 로이터 1명만 허가했고 BBC는 참석을 불허해 중국의 좁쌀 같은 속내를 보여주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의 기자회견에 외신기자의 질문순서는 러시아→이집트→미국→ 프랑스→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일본 순으로 일본은 7번째로 질문했습니다. 한국기자에게는 질문권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이슈에 관해 우리 끼리 친중이네 반중이네 하면서 매일 서로 편갈라 치고 받고 하지만 정작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번 양회의 기자회견을 보면 중국은 한국에 별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아세안-쿼드 전략'의 중심에 있는 일본에 더 많이 집중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칼 한다는 검객, 10년을 두고 칼을 간다면?
지난 9년간 리커창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와 양회의 마지막날 기자회견을 계속 지켜봤지만 필자는 이번 양회의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리커창 총리가 대수롭지 않은 투로 슬쩍 흘린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중국의 목을 조르고 있는 분야의 첨단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한 마디였습니다.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란 말은 당나라 시인 가도(贾岛)의 오언고시, '검객(剑客)'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십년을 두고 한 자루의 칼을 갈아, 서릿발 같은 칼날을 만들어서 아직 시험하지 못했는데 오늘 그대에게 이 칼을 보여준다는 내용입니다. 십년을 두고 칼 한자루를 간다는 말은 원래는 불의를 무찌르기 위해 원대한 계획과 결심을 가졌다는 말이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중의 무역전쟁이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미국은 중국을 무역이 아닌 기술로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5G장비에서 세계1위인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최대의 반도체회사인 SMIC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기술기업들에 대해 미국시장에서 상장폐지 위협과 자금조달과 지수편입금지, 핵심부품인 반도체공급제한 그리고 미국기술이 10%이상 들어간 제품과 기술판매제한 등으로 중국 첨단산업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무역전쟁에서 사사건건 미국에 대들던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에서 기술과 제품의 공급중단 카드를 꺼내 들자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첨단기술 국산화가 바로 중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국가의 최대과제가 되었습니다. 중국, 장기전에 강합니다. 미국의 '중국의 목을 조이는(卡脖子)' 핵심 첨단기술에 대해 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술국산화에 목숨 건다는 얘기를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중국은 이번 양회의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의 빅픽쳐를 제시하는 14차5개년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2025년까지 반드시 육성할 8개 첨단산업과 2035까지 완성할 6대 첨단 과학기술을 제시했습니다. 8대첨단기술은 지금 미국과 경쟁하는 핵심분야가 모두 망라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같은 첨단 신소재산업, 고속철도 같은 중대기술장비 산업, 스마트제조 및 로봇기술, 항공기엔진 및 가스터빈, 위성통신, 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첨단 의료장비와 신약, 첨단 농업기계 장비 등입니다. 향후 15년간 달성할 7대 첨단과학기술은 인공지능,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 과학, 유전자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과 헬스케어, 우주 심해 극지탐사 기술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나라 중국은 계획 잡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이루는 나라입니다. 트럼프의 어설펐던 미·중전쟁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을 제대로 각성 시키고 그간 중국이 감히 꿈꾸지 못했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 버린 상황입니다.
중국은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효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한번 목표를 세우면 강한 집중력과 통제력 그리고 사회자원을 총동원해 모든 국가의 역량을 집결시켜 목표를 반드시 이룬다는 점을 두렵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에서 중국이 독하게 마음먹고 10년간 칼을 간다면 그 날카로운 칼날의 끝은 미국만 겨누게 될까요?
반도체만 앞서는 한국…중국기업 주식에도 관심 가져야
최근 과기정통부가 미국을 100%로 할 때 국가별 중점과학기술 수준과 기술격차를 비교한 자료를 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기술수준 변화를 보면 한국은 2018년에 중국에 비해 0.9% 앞선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는 겨우 0.1%차이 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술 시차는 3.3년으로 같은 수준입니다. 11개 중점과학기술 분야를 보면 우주항공, 해양기술, 국방, 생명보건의료, 에너지 지원, ICT/SW분야에서는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20년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구성을 보면 소비재가 5%, 원자재가 32%, 자본재가 62%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기술 굴기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보다 먼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집중하는 2025년까지의 중요산업은 모두 한국이 집중육성해야 하는 산업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중국의 '10년간 칼 한 자루 간다는 심정으로(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첨단기술 개발하겠다는 말을 옆집의 허풍으로 들어서는 안됩니다. 중국보다 기술에서 한발 앞서지 못하면 지금 누리는 원자재와 자본재에서 대중국 특수는 5년내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의 고수에 칼로 덤비면 다칩니다. 제조업에서 이젠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중국에게 전통제조업으로 계속 경쟁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돌 맞는 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9대 주력 수출품목 중에서 세계시장점유율이 중국보다 큰 것은 반도체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세계평균을 못 따라가는 성장을 하기 시작한 지가 2011년이후 10년이 넘었습니다. 중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 신규편입 되면서 한국비중이 계속 줄어들자 성장하는 나라 중국비중을 계속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제조업과 기술력의 부상, 너무 속상해 할 일만은 아닙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인 메모리반도체도 미국에서 일본, 한국으로 이전해온 산업이지요. 미국과 일본이 메모리 반도체를 한국에 넘겼다고 그리 애통해 하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은 자기네 나라 반도체기업의 뒤통수친 한국의 반도체 회사,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서 묻어둔 것입니다.
제조업에서 중국에 당했다고 징징거리고 만 있을 건 아니고 미국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기업 뒤통수 친 중국산업에서 최고의 중국기업의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것이 최선의 복수일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젠 손과 기술을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일하게 시켜 중국의 고성장과 신기술개발의 과실을 따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