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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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 지난해 7월에 이미 직원의 투기행위에 대한 제보가 LH에 직접 이뤄졌지만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15일 LH가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국회국토교통위원회)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LH레드휘슬(부조리신고) 접수현황’에 따르면, 2016~2020년 7월 접수된 641건의 부조리신고 중 1건만 투기 관련 내용이었다. 제보는 2020년 7월 22일 ‘개발토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부적절한 행위’라는 제목으로 직원 투기 의혹에 관한 것이었다.

해당 제보 내용에 따르면 "(퇴직한) XX씨는 공사 재직시 개발되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지인 부인의 이름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며 "재직 당시 주변인들과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은 물론이고 현재도 진행중"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제보자는 "이러한 투기가 서울, 인천, 충남 등에서 전방적위적으로 이루어졌다"며 "투기자들은 재직 당시 선배의 부인, 주변인 부인"이라며 성명과 거주지 주소까지 소상히 명기했다. 더욱이 제보자는 이러한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관련자 소유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끝없이 관련인물들의 이름이 번갈아 가며 올라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지난해 7월 레드휘슬(공직자부조리신고) 접수건 중 투기제보 관련 내용. / 자료=김상훈 의원실
지난해 7월 레드휘슬(공직자부조리신고) 접수건 중 투기제보 관련 내용. / 자료=김상훈 의원실
김상훈 의원은 "앞서 시민단체에 접수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제보자와 본 제보인 간 동일인 여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부인과 부인 지인, 선배 지인을 활용한 차명거래 가능성과 등본 확인 등의 내용을 감안할 때, 제보인 또한 LH 경력자의 투기행위에 깊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례적이고 구체적인 제보에도 불구하고, LH는 묵살로 대응했다. 2020년 8월12일, 신고내용 회신으로 "제보하신 퇴직직원과 관련된 사항은 규정에 따른 감사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사실관계 확인 등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종결지었다.

제보 내용에는 다양한 차명을 동원해 개발토지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현재도 투기가 진행중이라는 점까지 나왔다. 등기부 등본에서 확인 또한 가능하다는 점까지 적었지만 LH는 단순 ‘규정’을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처한 꼴이 됐다.
투기제보 관련 내용에도 불구하고 퇴직직원으로 해당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 자료=김상훈 의원실
투기제보 관련 내용에도 불구하고 퇴직직원으로 해당사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 자료=김상훈 의원실
김 의원은 "이 때라도 LH가 적극적인 자체조사에 나섰으면, 지금과 같은 국민적 공분과 행정적 낭비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LH는 2018년 과천신도시 개발정보 유출 때부터 이번 제보에 이르기까지, 자체 교정의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모두 놓쳤다"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