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개발자 확보 전쟁’이 뜨겁다.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본업이 IT가 아니었던 비(非) IT 기업까지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경기 성남 판교에선 ‘IT 인력의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전 임직원 연봉을 대폭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개발자 1300만원, 비개발자 1000만원의 연봉 인상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초임 기준 개발자는 5000만원 중반대, 비개발자는 4000만원 후반대로 연봉이 오르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매년 3~4월에 신규 연봉을 책정해 4월부터 이를 적용해 왔지만, 최근 게임업계 연봉 인상 분위기 속에 예년보다 빨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인력 확보 경쟁 속에 게임사들은 속속 인건비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1일 넥슨이 전 임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원 올리기로 한 이후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스마일게이트 등이 비슷한 폭의 인상안을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한발 더 나아가 연봉을 2000만원씩 올려주기로 했다. 중견·중소업체 역시 임금 인상 대열에 합류하는 분위기다.

최근 ‘판교 대란’으로 불렸던 IT 개발자 대규모 연쇄 이동의 진원지는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경력 공채를 하면서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제공했다. 토스는 직원들에게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약속했다. 지난해 상장한 엔터테인먼트사 빅히트도 경력 입사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세가 급격히 커진 ‘스타트업 레벨’ 기업들도 개발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 매치에 2조원에 팔린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 개발사인 하이퍼커넥트를 비롯해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매스프레소 등도 올해 100명 이상의 경력직을 공개 채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인력관리 비책’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전 직원에게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매년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 10주씩을 상여금으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IT 기업들이 인건비를 늘리는 것은 만성적인 개발자 구인난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의 올해 인력 부족 규모는 9453명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1만 명이 넘게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연구소가 시행한 ‘2019 소프트웨어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47.9%는 ‘필수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채용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