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공사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공사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가 드러난 후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쓰여진 문구다.

해당 청원은 지난 5일 공개된 후 동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4.7 보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LH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자 신도시를 밀어붙이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국민 10명 중 6명 가량은 신도시 추가 지정 철회가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에 생선 못 맡겨" 높아만 가는 3기 신도시 철회 요구
15일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적절하다'는 응답이 57.9%(매우 적절함 43.4%, 어느 정도 적절함 14.5%)로 '부적절하다'는 응답 34.0%(전혀 적절하지 않음 18.3%, 별로 적절하지 않음 15.7%)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1%였다.

연령별로는 30대(적절 64.2% vs 부적절 29.0%)의 철회 찬성 목소리가 높았다.

이어 20대(60.9% vs 32.2%), 40대(59.8% vs 30.2%), 60대(58.8% vs 33.0%), 50대(56.6% vs 34.1%)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폭등한 집값으로 내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진 20~30대의 박탈감이 그만큼 큰 것으로 추정된다.

자고나면 쏟아지는 LH 투기 의혹에 임기를 1년 밖에 남기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LH 의혹' 1차 결과 발표 시청하는 광명 가학동 부동산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LH 의혹' 1차 결과 발표 시청하는 광명 가학동 부동산 관계자 (사진=연합뉴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12일 전국 유권자 25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4% 포인트 내린 37.7%로 나타났다. 매우 잘함'은 19.4%, '잘하는 편'은 18.3%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전주 대비 0.4%포인트 상승해 32.4%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0.9%포인트 하락하며 30.1%로 집계됐다. 두 정당 격차는 2.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박영선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도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특검을 피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우선 검찰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신속한 수사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진상조사단에 검찰을 빼고 수사를 진행하던 것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특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 합의 구성에만 두 달이 걸린다"며 "시간끌기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시한부' 장관으로 앉혀놓고 거듭 2·4대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기존 부동산 대책은 지정 취소나 변경 없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정부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LH 직원은 2명에 달하고 83만 호 주택 공급을 이루겠다는 LH는 이미 온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마당에 모든 것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다.

내부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민심은 더욱 분노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