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국방 수장이 한·일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미 국무부가 “한·일 관계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중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경제·안보 등 전방위적인 대중(對中) 강경 노선을 펼치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를 복원에 나설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의 ‘깨지지 않는 미일동맹 재확인’이라는 자료에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 및 동맹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물론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광범위한 국제문제에 대한 한·미·일 협력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있다”며 강력한 3국 간 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전세계 평화와 안보 및 법치 증진에 매우 종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삼각 공조가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한·미·일의 강력하고 효과적인 관계가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 및 여성의 권리 옹호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울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신장 위구르족 수용소 논란 등을 놓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미국의 일본에 대한 방어 의지는 절대적”이라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가 미일안보조약 5조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오는 17일 방한했을 때 중국에 대항한 한·미·일의 일치된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장관은 오는 18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 5년만에 한·미 ‘2+2회담’을 갖는다. 블링컨 장관은 2+2 회담 직후 미국 알래스카로 이동해 바이든 행정부의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을 갖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순방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의 첫 대면 회의인 만큼 분명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구체적인 요구를 해올 수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양국 순방 후 중국에 단합된 삼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