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본질 흐리는 'LH의 조롱글' 수사 의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사해도 사법처리 어려운데
여론 돌리려 과잉 대응하나
최다은 지식사회부 기자 max@hankyung.com
여론 돌리려 과잉 대응하나
최다은 지식사회부 기자 max@hankyung.com
![[취재수첩] 본질 흐리는 'LH의 조롱글' 수사 의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7.25387687.1.jpg)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문제의 게시물에는 ‘(아니)꼬우면 LH로 이직하던가’, ‘(이 사태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질 것’,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LH 투기 의혹 사태에 분노한 국민을 조롱하는 취지의 글로 해석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욕죄의 경우 기관에 대한 모욕은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다”며 “형사 처벌은 어려워보이나 작성자를 특정해 내부 징계, 민사상 손해배상소송 등 다른 조치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를 찾는 것 역시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블라인드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는 ‘갖고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인증 이메일로 게시 권한을 주고 나면 서버로그, IP주소 등 사용자를 추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데이터 중 어떤 것도 서버에 남기지 않는다는 게 블라인드 측 설명이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설계 때부터 익명성을 보장할 방법을 고민했고 사용자 정보를 갖고 있지 않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LH가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것은 최소 20명의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다. 3기 신도시 외에도 전국에서 공직자 투기 의혹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본질과 먼 곳에 경찰 수사력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말단 직원 한두 명 잡아 ‘국민 욕받이’로 만들기보다 투기 방지에 대한 조직 내 쇄신책을 제시하고 내부 비리를 스스로 파헤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