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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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동산 적폐'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전면전에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의혹에서 불거진 부동산 불공정 문제를 사회 전면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LH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의 부동산 불공정 이슈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빈번하게 사용하다가 한동안 표현을 삼가던 '적폐'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수차례에 걸쳐 반복한 게 이를 방증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첫 발언서부터 부동산 적폐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서 적폐청산을 이루었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그동안의 부동산 정책이 수요와 공급에 집중했을 뿐 부동산 시장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번에 드러난 LH 직원들의 투기의혹이 부동산 시장에 쌓여있는 적폐를 드러낸 빙산의 일각이라는 인식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부 LH직원들의 투기 의혹 시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LH 사건에 대해 지난주부터 '부동산 적폐'라는 표현을 써가며 문제의식을 보였다. 청와대는 지난 2년여간 정권 초기 사용하던 '적폐'표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LH사건이 불거진 후 문 대통령은 이를 '일상의 적폐'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2기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사전정보를 이용한 투기의혹을 보고받았던 경험도 작용한 것이란 전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시에도 문제가 됐던 사안이 현 정부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면서 "여당 일부에선 대통령이 LH사태를 키운다는 우려를 하고 있음에도 연일 강력 처벌 메시지를 내는 데는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적폐'라는 표현을 이날 수차례에 걸쳐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단호와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LH사태를 단순히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 조사에 그치지 않고 기득권층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LH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후 이후 연일 강력한 수사와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 연일 강력한 처벌메시지를 낼 뿐 아니라 이해방지법과 이익환수제 도입까지 주문하고 있다. 여당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오히려 LH사태의 확전을 꾀하는 모양의 메시지를 연일 내놓는데는 이를 계기 삼아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