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년 한국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반 토막난다.’ 최근 LG전자가 내부적으로 분석한 미래 리포트의 내용이다. 가전업체들은 국내 가전시장 규모가 한계에 다가서고 있다고 판단해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판매뿐 아니라 관리에도 주목해 마케팅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가전 관리서비스 케어플러스가 대표적이다. 가전 판매부터 케어까지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다. 기존 삼성전자서비스가 담당하던 가전 이전 설치, 전문 세척 등의 기능을 통합했다. 연 2회 전담 엔지니어가 가정을 방문해 제품을 점검하고, 필터 등 소모품을 교체해준다. 제품의 보증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가전 전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스포크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면서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은 평생 보증한다고 발표했다. 가전을 한 번 구입하면 계속 사용하고, 디자인만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는 2018년부터 운영 중인 LG케어솔루션 서비스를 최근 강화했다. 판매부터 사후서비스(AS)까지 통합 관리하는 ‘원 뷰’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따로 LG케어솔루션을 담당하는 하이케어솔루션에 연락할 필요 없이 LG전자 서비스센터, 설치기사 등에게 곧장 관리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 소비자의 케어솔루션 이력도 통합 관리된다. 출장기사가 방문했을 때 이력을 살펴보고 부품 교체 시기 등을 확인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전 사업모델에서 판매만큼이나 관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 변화다. 가전업체는 결혼과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시장 위험으로 보고 있다. 가전 판매는 혼수철이 대목인데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시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전 품질이 상향 평준화된 것도 업체들이 관리서비스에 힘을 주는 배경이다. 가전이 잘 고장나지 않아 구매주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전업체들이 판매 이후에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넓히고 있는 것”이라며 “1억원짜리 TV, 2000만원짜리 냉장고를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가격을 납득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