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다주택자는 매물을 정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일부 절세용 급매가 시장에 나올 수 있지만 전반적인 하락을 주도하긴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월 前 다주택자 일부 급매 내놓겠지만…세입자에 세금 전가해 버티기 나설 수도"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08% 올라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소유주의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오는 6월 1일 전 가중되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의 ‘급매’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6월 1일부터 서울 등 조정 대상 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율도 10%포인트 인상된다”며 “그 전에 세 부담을 피부로 느끼는 일부 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다주택 소유만으로도 연간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고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주택자의 처분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하락을 주도할 정도로 충분한 매물량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가 지난해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등을 발표하면서 공시가격 인상을 예고한 만큼 발빠른 다주택자들은 이미 매매나 증여 등 방법으로 명의 정리를 끝냈다는 설명이다. 이승현 진진세무회계법인 대표(세무사)는 “공시가격 인상은 시장이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올해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더 오른다고 하지만 현재 양도세도 이미 높은 상황이라 다주택자들이 선뜻 처분하기를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높아진 보유세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김 소장은 “서울 핵심 지역의 고가·신축 아파트는 중장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란 인식이 많다”며 “이번에 처분하면 추후 재구입이 어렵다는 생각에 전·월세 가격을 올려 ‘버티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으로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을 받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특히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경우 살던 집을 월세 놓고 저렴한 외곽지역에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소유와 거주의 분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