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사진=연합뉴스)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꼬우면 이직하든가."

지난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이 분노한 가운데 이에 기름을 끼얹은 격인 LH 직원의 글이다.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을 통해 올린 이 글 게시자는 회사 이메일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LH 직원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LH는 지난 14일 해당글 작성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경찰청과 조율한 뒤 진주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경남경찰청은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고발인 조사를 포함한 수사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H 측은 "해당 게시물의 부적절한 언사는 LH 직원 및 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공연히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부정 여론 확산을 조장해 3기 신도시 등 핵심 정부정책 추진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LH는 수사 등을 통해 게시글 작성자가 LH 직원임이 밝혀지면 즉각 파면 등 중징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일벌백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에 가입자 정보나 로그기록이 없는데 누군지 어떻게 찾는다는 것인가. 서버가 미국에 있어서 압수수색도 못 하지만 압수수색 한다해도 찾을 기록자체가 없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게 블라인드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사실상 처벌 불가 아닌가. 익명으로 하는 커뮤니티인데 저거 자료준다는 건 회사 망한다는 얘긴데"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업계에 따르면 블라인드 작성자 수사 및 색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가입은 회사 이메일을 인증하는 방식이지만, 이 과정이 전면 암호화돼 블라인드 운영진 역시 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라인드는 단방향 암호화 구조로 운영된다. 한 번 암호화된 정보는 복호화(암호화된 정보를 다시 원본 정보로 되돌리는 행위)가 불가능한 방식이다.

블라인드 측은 "가입할 때 필요한 정보는 이메일뿐"이라며 "이마저도 단방향 해시(Hash) 암호화를 통해 데이터 복호화가 불가능하다. 계정은 해시된 메일 주소와는 다른 별도의 서버에 저장되고, 사용자가 인증한 메일과는 연결이 안 된다. 우리가 관련 정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보는 계정에 연결조차 불가능하다. 사실상 블라인드 팀원들에게도 익명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카카오 회사 내에서 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유서를 ‘블라인드’에 올려 파문이 일었지만 유서를 올린 직원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에 긴급구조 대상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전자우편주소 △개인위치정보 등을 요청했지만 정보를 받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 측은 전 직원 비상 연락망을 통해 일일이 생사를 확인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세균 국무총리의 "비리 행위자는 패가망신시킬 것"과 같은 표현과 같이 국민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보여주기식 방침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