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챔피언으로…반란 지휘한 임근배 감독 '믿음 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막판에 나온 용인 삼성생명 김한별의 결승 득점은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 우승 트로피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경기 종료까지 6초를 남기고 시작된 이 플레이에 앞서 마지막으로 가진 작전시간에도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차분했다.

15일 열린 마지막 5차전에서는 임 감독의 언성도 다소 높아졌으나, 선수 하나 하나에게 동선과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또렷하게 일러주고 코트로 내보내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작전시간에 감독이 선수들을 큰 소리로 다그치는 모습은 농구 중계의 '잔재미'다.

그러나 삼성생명 벤치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임 감독의 목소리 톤은 팀이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그 밑바탕에는 선수들을 향한 임 감독의 굳건한 '믿음'이 깔려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맹활약한 윤예빈(24)은 고교 시절 당한 십자인대 부상 여파로 삼성생명 입단 첫 시즌부터 3시즌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했던 선수다.

꼴찌에서 챔피언으로…반란 지휘한 임근배 감독 '믿음 농구'
임 감독의 믿음 속에 기나긴 재활을 마친 윤예빈은 올 시즌 처음으로 정규리그 두 자릿수 평균 득점을 올렸고,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는 그 이상의 공헌을 했다.

베테랑 김한별(35)도 임 감독의 배려 속에서 더 강해졌다.

김한별은 2013-2014시즌 뒤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임 감독이 그의 손을 잡으면서 2015-2016시즌 복귀해 팀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믿음으로 단단해진 팀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은 건 임 감독의 '결단력'이다.

올 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4위까지로 확대된 가운데, 정규리그 막판 삼성생명의 4위 가능성이 커지자 임 감독은 순위 경쟁에서 힘을 빼고 여러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체력 안배에 들어갔다.

리그 최고 스타인 박지수(KB)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블팀(2인 수비)을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긴 시간 유지하기란 단기전에서 더 힘들다.

임 감독이 긴 안목으로 내린 결단에 삼성생명 선수들은 챔프전에서 박지수에 대해 강도 높은 수비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김한별, 윤예빈 등 득점원들이 아껴 둔 에너지를 완전연소 하면서 삼성생명은 챔프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꼴찌에서 챔피언으로…반란 지휘한 임근배 감독 '믿음 농구'
몇 수 앞을 내다본 임 감독의 혜안은 그가 2인자로서 오랜 기간 보필한 남자프로농구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을 연상케 한다.

임 감독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인천 전자랜드와 현대모비스에서 유 감독을 보좌해 3차례 챔프전 우승을 합작했다.

유 감독이 '만수'의 지위에 오를 때까지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임 감독이다.

2015년 삼성생명 지휘봉을 잡은 뒤 챔프전에 2차례 진출해 모두 준우승에 그쳤던 임 감독은 2전 3기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6년 만에 믿음의 농구를 완성, 지난 시즌 꼴찌 팀이었던 삼성생명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으며 '명장'의 길 초입에 섰다.

임 감독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에 이어 여자프로농구 현역 사령탑 중 2번째 장수 감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