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지하철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의 주식관련 이야기를 우연치 않게 듣게 되었습니다. “오빠, 네이버(NAVER) 지금 얼마야?”, “응, 30만원 넘었을껄?”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여자는 말했습니다. “뭐야?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싸네? 카카오는 40만원 넘었는데?”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당시 약 55조원 정도였고, 카카오는 약 40조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시가총액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대화가 마무리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가총액은 상장주식이 시장에서 평가되고 있는 그 주식의 가치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부동의 삼성전자입니다. SK하이닉스, LG화학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상위 10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045조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중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55%에 달합니다.


■ 한국 일본 시가총액 구분
일본 시가총액 톱10 기업, 한국과 뭐가 다를까 [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일본 시장은 어떨까요. <표>에서 보다시피 일본 시장의 시가총액 1위는 도요타자동차입니다. 그 뒤를 소프트뱅크그룹, 키엔스, 소니 등이 따르고 있습니다. 일본시장 상위 10개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334조원 정도입니다. 도요타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입니다.

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도요타자동차, 소프트뱅크그룹 외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일본기업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제외하면 생소할 수 있습니다. 일본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되어 있는 기업을 간단히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도요타자동차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 2020년 기준 약 952만대를 판매하여 5년만에 세계자동차 판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전기차레이스에서는 뒤쳐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전고체배터리로 향후 주도권 확보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전고체배터리 개발은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고 합니다. 관련 보유 특허는 1000개가 넘고 있고, 일본정부 역시 수천억 엔 규모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향후 흐름을 지켜볼 만할 일입니다.

■ 한국 일본 시가총액 Top 10
일본 시가총액 톱10 기업, 한국과 뭐가 다를까 [지민홍의 일본주식 가이드]
2위인 소프트뱅크그룹은 손정의 회장이 지분 21.2%를 가지고 있는 투자지주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실적은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비전펀드의 수익률에 따라 움직입니다. 손회장은 현재 약 160여개의 업체에 투자하고 있고 매년 10개 이상의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버’와 ‘위워크’로 20년 초에는 일본 기업사상 최악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지만, 최근 미국 최대 음식배달업체인 ‘도어대쉬’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키엔스는 공장자동화용 센서를 주력으로 계측제어기기 등을 다루는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제조업체입니다. 공장자동화용 센서 외에도 3D프린트 시제품 모델링 작업, 예술작품 등의 복원 작업 등 여러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40년이상 연속 이익을 내고 있고 지난 2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0%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급속한 보급에 발맞춰 센서사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한 수혜도 예상됩니다.
일본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일본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소니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CMOS(상보형 금속산화반도체)이미지 센서로 대표되는 이미지&센싱솔루션(I&SS)분야, TV등 전자제품으로 대표되는 일렉트로닉프로덕트&솔루션(EP&S)분야, 플레이스테이션, 영화, 음악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게임&네트워크서비스(G&NS)분야와 금융에 이릅니다. 올해 CES에서는 전기차 컨셉트카인 Vision-S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NTT는 일본전신전화라는 기업으로 일본 최대 통신사업자입니다. 자회사로 NTT도코모(2020년 9월 NTT의 공개매수로 상장폐지), NTT데이터 등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NTT도코모는 우리나라 KT의 지분5.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는 비대면 원격제어, 지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알서포트(코스닥 상장사)의 지분도 15.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스페인의 인디텍스(ZARA), 스웨덴의 H&M과 함께 3대 의류 SPA브랜드인 유니클로, GU 등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쥬가이제악은 스위스 Roche(로슈)그룹 산하의 일본 최대 의약품 업체입니다. 로슈홀딩스는 쥬가이제약의 지분 약 61%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슈가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타미플루(최초 길리어드 개발), 항암, 류마티스 관절염 약 등이 주력입니다. 1992년에는 한국의 JW중외제약과 공동으로 신약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일본전산(니덱)은 정밀 소형모터, 차량, 가전, 상업, 산업용 모터를 주 사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팩토리, 공장자동화의 추세에 따라 소형 로봇 부품(감속기) 등으로 사업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말에는 냉각제품을 다루는 대만의 CCI(Chaun-Choung Technology Corp. : 대만증시상장), 2019년에는 차량전자제어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는 오므론(일본증시상장)의 자회사인 오므론오토모티브를 매수하는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습니다.

닌텐도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가진 게임기 제조 메이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을 이름의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디엔에이, 여러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이고 있는 반다이남코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약 12%, 1.7% 보유하고 있습니다.

신에츠화학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염화비닐 등에서 글로벌 플레이어입니다. 최근에는 식물성 대체육의 구조와 질감 등을 개선하는 새로운 화학결합제를 개발, 식물기반 대체육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한국과 일본기업은 서로 협력과 동시에 경쟁관계를 이루고 있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한일 기업들 간의 매출, 이익, 각종 지표 등의 숫자를 비교하며 주가를 바라본다면 투자의 즐거움은 커지고, 깊이는 더 깊어질 것입니다.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기업과 동일한 산업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해도 좋습니다. 경쟁구도에 있는 일본기업 주식에 투자한다면 기회와 동시에 위험 관리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지민홍 신한금융투자 한남동PWM센터 PB팀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