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통과돼도 특검 임명→수사팀 구성에 1개월 이상 걸려
법조계 "검찰 수사권 왜 제한했나…경찰도 힘 빠질 것" 비판
역대 14번째 'LH특검' 가시화…서둘러도 4월말 수사 가능
여야가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역대 14번째 특별검사팀 출범이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을 서둘러도 특검 인선과 수사 준비에 1개월가량 소요돼 4월 말에나 특검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연초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이에 따른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을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역대 14번째 'LH특검' 가시화…서둘러도 4월말 수사 가능
◇ 특검법 통과돼도 특검 임명 등 절차에 시간 걸려

특별검사제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특별히 요구되는 사건에서 검사 대신 외부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해 독립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하게 하는 제도다.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 법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해 정해진 기간 내 정해진 수사범위 안에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통상 특검은 대통령이 후보 추천을 받아 15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가운데 임명하는데 임명까지 2주가량 걸린다.

특검이 임명되면 수사 시설 확보와 특검보 인선, 수사팀 구성 등 준비작업에도 20일 정도 소요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해 여야가 이달 안에 특검법을 통과시키더라도 LH 투기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서둘러도 4월 말이나 5월 초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현재 경찰이 주도한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이 특수본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함께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기간은 여야 합의에 따라 보통 30∼70일 사이에서 정해지며, 특검은 그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기한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 10~30일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한다.

사건을 재판에 넘기면 공소 유지까지 특검팀이 담당한다.
역대 14번째 'LH특검' 가시화…서둘러도 4월말 수사 가능
◇ LH특검 성공 가능성은?…역대 특검 실패 사례 많아

LH 특검이 출범하면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옷로비' 사건 특검 이후 법안으로는 13번째, 특검팀으로는 14번째가 된다.

1999년 첫 특검법 때는 파업유도·옷로비 특검팀이 각각 꾸려졌다.

가장 최근에 꾸려진 특검팀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파헤친 허익범 특검팀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특검팀이기도 하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김 지사의 연루 의혹을 밝혀내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지사는 1심·2심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역대 특검 중 혁혁한 성과를 낸 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파헤친 박영수 특검팀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최순실씨를 중심으로 파생된 삼성 등 대기업 뇌물,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등을 수사하며 전 정권 실세 30여명을 재판에 넘겼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성사 경위를 수사해 현대그룹이 국가정보원 계좌를 통해 5억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사실을 밝혀낸 2003년 '대북송금 특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등을 구속한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특검 실패 사례는 더 많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옷로비 의혹 사건 특검이나 2004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 2005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특검 등은 정치적 논란만 낳은 채 별다른 성과가 없이 끝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과 BBK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 2012년 디도스 특검과 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 등도 '특검 무용론'이 제기될 만큼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14번째 'LH특검' 가시화…서둘러도 4월말 수사 가능
◇ 법조계, LH 특검 추진에 "수사권 조정 왜 했나" 비판

여야가 특검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는 달리 법조계에서는 정치권이 입맛에 따라 수사 기구를 취사선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이 시행된 지 불과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정치권 스스로 수사권 조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여야가 특검하자고 하는 건 경찰 국가수사본부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검찰 수사권은 왜 제한했는지 원론적인 부분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수사권 조정이 어떤 목표로 추진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무언가 만들어서 해야겠다는 필요성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할지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인사도 "압수수색까지 한 경찰에 특검 도입은 힘 빠지는 얘기고, 수사력을 보유하고도 수사권 조정으로 쓰지 못하는 검찰로서도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이 국가의 효율적인 수사시스템 운영에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