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과 수형자의 명예 회복 길을 여는 법안이 16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시간 제주지방법원에선 제주 4·3사건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감됐던 수형인 335명에 대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법에 정의돼 있다. 당시 남로당 제주도당이 무장봉기하자 군경이 진압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최대 3만여 명의 제주도민이 희생당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서울·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형(刑)을 받은 2500여 명의 수형인에 대한 특별재심 조항을 신설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일괄해 유죄판결의 직권 재심 청구를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하면 법무부 장관이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

또 희생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했다. 행안부는 희생자 피해보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용역 결과가 나오면 추가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법은 6월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이날 제주지법에서는 제주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법 군사재판을 거쳐 옥살이한 고(故) 박세원 씨 등 13명의 재심 사건 첫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포함해 총 수형인 335명에 대한 재심 공판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오른 피고인은 행방불명 수형인 333명, 생존 수형인 2명으로 대부분 유족이 재판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이념 대립 속에 희생된 피고인들과 그 유족이 이제라도 그 굴레를 벗고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201호 법정 안에는 박수와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