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모르쇠'…거짓말탐지기도 안 통해
남편도 "아내 임신·출산 전혀 몰랐다" 진술
15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 제작진은 외할머니로 알려졌다가 친모로 밝혀진 석씨의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모자이크가 약하게 처리돼 있다.
그알 측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친모로 확인된 석씨를 알고 계신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고 공지했다. 석씨가 1973년생이라는 정보도 공개했다.
입양 후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도 가해자와 피해 아동 얼굴이 공개된 후 제보가 쏟아지면서 전후 정황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사건도 가해자와 피해 아동의 얼굴 공개를 계기로 일부 미스터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앞서 유전자(DNA) 검사 결과 경북 구미 빌라에 수개월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친모는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진 석모(48)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아이 친부를 찾기 위해 석씨 내연남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했으나 친자관계가 '불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 남성 이외에 석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 한 명을 추가로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 남성 역시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석씨의 남편이 친부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여아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예정이던 경찰 수사는 현재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경찰은 석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통해 친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구미경찰서는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출산을 한 데다 모녀가 모두 딸을 낳아 김씨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구속된 석씨의 딸 김씨에게 알려줬지만 김씨는 이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석씨를 조사했지만 친부를 확인할만한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가 2018년 3월 숨진 여아를 출산했을 것으로 보고 석씨의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2017년 상반기경 만남을 가진 남성을 찾고 있다.
석씨는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받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주요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석씨는 '아기를 낳은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도 거짓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석씨는 조사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거짓말탐지기로 판단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지난 8일부터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해 석씨의 범행 내용을 파악하려 했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석씨는 '신생아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고, 자신은 딸을 낳은 적이 없다며 끝까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석씨의 남편 A씨도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아내가 임신과 출산을 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돈독하지 않은 사이라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그동안 임신 사실을 숨겨왔을 것이고, 출산과 출생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파 등 민간 시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출산하고 난 뒤에는 위탁모 등에게 아기를 맡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만 석씨의 출산 기록과 출생신고는 없는 점에 주목하고 구미시와 공조해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고 있다. 앞서 피해 아동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스터리는 더 증폭된 바 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피해 아동에게서 별다른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인의 사건'의 정인이는 과거 사진에서 멍 자국이 발견되거나 검게 변한 얼굴 등으로 학대 정황이 다수 발견됐었다.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피해 아동은 영양상태도 좋아 보이며 부모가 아이와 놀아주며 즐거워하는 장면도 있었다. 옷도 깔끔하고 집안 상태도 청결해 보인다.
한편 석씨의 딸 김씨는 지난해 8월 초 인근 빌라로 이사 가기 전에 혼자 남겨놓은 딸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김씨가 딸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사를 갔으며, 무더위 속에서 홀로 남겨진 딸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홀로 남겨진 아이의 울음소리를 수개월 간 주변 이웃들이 전혀 듣지 못한 것은 이상한 점으로 꼽힌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아이를 심하게 학대해 울 수조차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고 방치한 것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중간 부검 결과는 사망원인 미상으로 나왔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평소 가족에게 숨진 아이와 함께 사는 것처럼 속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아이를 버리고 이사를 간 같은 달 말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경찰은 오는 1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