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출신' 네이버 이해진, 범(凡) 삼성가와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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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이마트가 16일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약식을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졌다. 신세계측에선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가, 네이버는 이한성숙 대표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참석했다.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에 관한 양사간 협약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삼성SDS 출신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정점으로 네이버-신세계-CJ의 삼각 동맹이 맺어지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성사시킨 바 있다. 당시 CJ그룹은 대한통운과 ENM 지분을 네이버에 넘겼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는 물류망을 보완하고, CJ그룹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구도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쿠팡 충격으로 인해 양사가 우선 피를 섞는데에 합의부터 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는 양사 경영진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물류 분야의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SSG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용인, 김포 지역의 '네오'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상들이 활용하는 방안이다. 물류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네오'가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을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캐파'는 하루 약 7만9000건이다. 이마트 매장과 연계한 배송도 현재 하루 5만건 수준이다. 2025년쯤 하루 36만건으로 늘린다는 것이 이마트의 목표다.
네이버의 연간 거래액이 22조원(스마트스토어 기준 약 1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SG닷컴의 기여도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게다가 용인, 김포 등 수도권 서남부에 치중돼 있는 네오의 '로케이션'은 CJ대한통운과도 겹친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곤지암 풀필먼트센터는 단일 물류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축구장 16개에 맞먹는 규모로, 하루 170만개의 택배를 처리한다.
이마트그룹이 자칫 네이버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신선식품과 '럭셔리' 분야에선 독보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비신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해도 '롱테일의 법칙'을 앞세운 네이버 쇼핑, '로켓배송'과 최저가 정책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쿠팡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로선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입점하는 순간, '리테일 플랫폼'이라는 큰 틀의 경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들은 네이버가 쇼핑 분야를 강화하자 네이버를 겨냥해 ‘봉건 영주들을 거느린 제왕’이라고 불렀다. 네이버가 검색 및 가격비교라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내세워 자신들을 굴복시키고 있다는 항변이다. SSG닷컴도 적어도 작년 말까지는 '반(反)네이버 전선'의 일원이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경우의 수가 좀 더 복잡해진다. G마켓, 옥션 ,G9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기준으로 업계 '빅3'로 꼽힌다.
유통 및 IT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를 정점으로 범 삼성가가 손을 잡게 된 데엔 이해진 창업자의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이마트는 당초 시너지를 낼 만한 사업부터 만들면서 지분 교환은 천천히 하기로 했었다”며 “쿠팡이 거의 전격전에 가깝게 상장을 빨리 이뤄낸 데다 결과도 워낙 충격적이어서 네이버와 이마트 제휴에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이로써 삼성SDS 출신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정점으로 네이버-신세계-CJ의 삼각 동맹이 맺어지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성사시킨 바 있다. 당시 CJ그룹은 대한통운과 ENM 지분을 네이버에 넘겼다. 네이버는 약점으로 꼽히는 물류망을 보완하고, CJ그룹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구도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분 교환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쿠팡 충격으로 인해 양사가 우선 피를 섞는데에 합의부터 한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지는 양사 경영진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물류 분야의 협력을 생각해볼 수 있다. SSG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용인, 김포 지역의 '네오'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상들이 활용하는 방안이다. 물류업계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네오'가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을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캐파'는 하루 약 7만9000건이다. 이마트 매장과 연계한 배송도 현재 하루 5만건 수준이다. 2025년쯤 하루 36만건으로 늘린다는 것이 이마트의 목표다.
네이버의 연간 거래액이 22조원(스마트스토어 기준 약 1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SG닷컴의 기여도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게다가 용인, 김포 등 수도권 서남부에 치중돼 있는 네오의 '로케이션'은 CJ대한통운과도 겹친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곤지암 풀필먼트센터는 단일 물류 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축구장 16개에 맞먹는 규모로, 하루 170만개의 택배를 처리한다.
이마트그룹이 자칫 네이버의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신선식품과 '럭셔리' 분야에선 독보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비신선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려고 해도 '롱테일의 법칙'을 앞세운 네이버 쇼핑, '로켓배송'과 최저가 정책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쿠팡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마트로선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입점하는 순간, '리테일 플랫폼'이라는 큰 틀의 경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들은 네이버가 쇼핑 분야를 강화하자 네이버를 겨냥해 ‘봉건 영주들을 거느린 제왕’이라고 불렀다. 네이버가 검색 및 가격비교라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내세워 자신들을 굴복시키고 있다는 항변이다. SSG닷컴도 적어도 작년 말까지는 '반(反)네이버 전선'의 일원이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경우의 수가 좀 더 복잡해진다. G마켓, 옥션 ,G9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거래액 기준으로 업계 '빅3'로 꼽힌다.
유통 및 IT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를 정점으로 범 삼성가가 손을 잡게 된 데엔 이해진 창업자의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데뷔한 쿠팡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이마트는 당초 시너지를 낼 만한 사업부터 만들면서 지분 교환은 천천히 하기로 했었다”며 “쿠팡이 거의 전격전에 가깝게 상장을 빨리 이뤄낸 데다 결과도 워낙 충격적이어서 네이버와 이마트 제휴에도 속도가 붙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