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시대 민주화 호소 함석헌 선생 육성 첫 공개

"국민적·종교적 양심에서 정치의 잘못된 점을 시정하려고 진정한 마음에서 호소할 생각으로 했는데 부당하게 재판에 회부돼 아직도 모두가 징역을 선고받고 있습니다.

"(故 함석헌 선생 육성)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16일 함 선생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민주화 운동 시기 함 선생의 음성과 사진 자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함 선생은 1976년 3월 1일 일어난 3·1 민주구국선언 사건 1주년을 맞이해 1977년 3월 미국의 교포 민주화 운동가들이 자체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 '희망의 소리' 전화 인터뷰에 출연했다.

당시 유신 정권은 3·1 민주구국선언을 정부 전복 선동사건으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때 함 선생도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았다.

함 선생은 "세계 각처에서 동정도 하고 우리 정부에 대해 조언도 보내줘 (우리 정부가) 반성을 하고 옳게 처결하나 기대했는데 최근의 모양을 보니 전혀 그런 것이 없다"며 "구속이 심해지고 날마다 거의 출입이 부자유하리만큼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3·1 민주구국선언 발표 이후 상황을 전했다.

함 선생은 미국에 있는 동포들에게는 "안팎이 다름없이 밖에 계신 분이나 안에서나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밖에서 기도로 마음으로 여러 가지로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중도서관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사진 2장도 함께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함 선생과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함께 등장한다.

김대중도서관은 "함 선생은 한국 현대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음성과 동영상 자료는 매우 적어 이번에 공개한 자료의 학문·문화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