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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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의 월 수령액이 227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급자는 27년 넘게 보험료를 낸 뒤 '연기 연금제도'를 활용해 200만원 넘는 연금액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54만원에 그쳤다.

국민연금공단이 16일 발표한 '2020 국민연금 지급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공단은 539만명에게 24조6000억원의 국민연금을 지급했다. 62세 이상이 받는 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 유족연금을 합친 숫자다. 국민연금 납부금을 한 번에 돌려받는 일시금까지 합치면 총 지급 대상은 559만명, 지급액은 25조6500억원이었다.

노령연금 최고 수령액은 월 226만9000원이었다. 전년 212만원보다 약 15만원 커진 것이다. 66세 남성 A씨는 1988년 연금에 가입해 2015년 7월까지 보험료를 냈다. 이후 수령을 5년 연기한 뒤 작년부터 226만9000원을 타고 있다. 연기 연금제도는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수급 개시 연령부터 최대 5년 미룰 수 있게 한 제도다. 1년 연기할 때마다 연 7.2%씩 연금액이 늘어난다. 연기연금 수급자는 2015년 7789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 2만3061명, 2019년 4만2721명, 작년 5만8659명 등으로 늘고 있다.

A씨처럼 한달 연금이 200만원 이상인 수급자는 437명이었다. 2019년(98명)의 4.5배로 커졌다. 100만원 이상 수급자도 2019년 27만명에서 작년 34만명으로 27.7% 늘었다. 2015년(9만6000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커진 수치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수령액은 54만1000원이었다. 전년(52만7000원)보다 1만4000원 증가했다.

총 수령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74세 남성 수급자로 14년 8개월동안 총 2억187만원을 받았다. 납부 보험료(4133만원)의 4배 이상을 받은 셈이다.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42만7267쌍이었다. 부부합산 최고 수령액은 381만9000원에 이르렀다. 서울에 사는 B씨(남, 66세), C씨(여, 66세)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 부부도 연기 연금제도를 활용해 연금액을 키웠다.

B씨는 1988년부터 2014년 1월까지 보험료를 냈고, 5년 수령을 연기한 뒤 작년 2월부터 월 188만원 연금을 받고 있다. C씨 역시 국민연금 시행 때부터 2015년 6월까지 보험료를 낸 뒤 작년 7월부터 193만9000원을 수령 중이다.

국민연금 최고령 수급자는 92세다. 모든 연금을 통틀어 최고령자는 유족연금을 받는 107세 어르신이다. 국민연금 가입자였던 자녀가 사망하면서 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장애연금 최고령 수급자는 90세였다.

65세 이상 연급수급자는 377만명이었다. 전체 65세 이상 인구(850만명)의 44.4% 수준이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수급자는 2015년 35.8%에 비하면 늘었지만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친다.

작년 국민연금 지출액 25조7000억원은 전년(22조8000억원)보다 약 3조원 늘었난 것이다. 2015년(15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불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수익이 122조7000억원에 이르러, 당기수지는 97조원 흑자가 났다. 그만큼 국민연금 적립금이 늘어 작년말 기준 833조7000억원이 됐다. 아직은 매년 흑자가 나고 적립금도 늘어나는 구조이지만, 빠른 고령화로 연금 재정도 점차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 국민연금 당기수지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6년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