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적대행위 전면 중지…우발적 충돌 방지에 실질적 기여 평가
파기 시 냉전시대 복귀…"현 정부 '최대 성과' 고려 압박 메시지" 해석도
김여정 "군사합의 시원스럽게 파기할 수도"…'안전판' 또 위기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남북이 2018년 이전의 '극한의 대치'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대남 비난 담화에서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남북)군사분야 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측의 향후 태도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조건부 언급이긴 하지만,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김 부부장의 발언 이후 연락사무소 폭파, 군 통신선 가동 중단 등 '실제 행동'이 이어진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북한이 곧 군사합의를 파기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채택된 남북군사합의는 지난 2년 6개월간 '한반도 안전판' 구실을 해왔다.

특히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해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 실질적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례로 군사합의 이전에는 북측이 NLL 인근으로 해상 사격을 하면 남측이 동종 무기로 동일한 수량만큼 대응 포격을 가하곤 했다.

북측 포탄이 NLL을 넘어오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군사합의 이후 이런 해상 사격 훈련이 중지됐다.

또 남북은 군사합의를 계기로 지상 MDL로부터 5㎞ 내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했는데, 합의가 파기되면 소규모 포격과 훈련이 재개돼 국지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철거된 확성기 방송 시설이 복원돼 상호 비방이 재개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경제난 타개와 내부 체제 결속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선뜻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군사합의의 공식 명칭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판문점 선언의 부속 합의서 성격이 강한데, 이를 깬다면 자신들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판문점 선언 정신을 북한 스스로 훼손하는 격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담화에서도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남한 합참 격인 북한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민경초소'(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등에서의 각종 군사훈련 재개 의지 등을 밝혀 사실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 지시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실 재래식 군사력에서 남북한의 격차가 워낙 크고 경제난 속에서 북한이 남쪽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남북군사합의에 목마른 쪽은 북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아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사합의에 현 정부가 상당히 큰 의의를 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