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중국에서 뮤추얼 펀드 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뱅가드는 최근 임직원에게 "중국 소비자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보류했다"고 알렸다. 당초 뱅가드는 이 사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을 계획이었다. 운용자산이 7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뱅가드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등 개인투자자를 위한 저비용 투자 전략으로 성장한 금융사다.

뱅가드는 지난 수년간 저비용 인덱스 펀드를 중국에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그러나 중국 펀드 업계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뱅가드 경영진이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뱅가드의 이번 결정은 중국 정부로부터 펀드 판매 승인을 받으려는 뉴욕 월가의 다른 기업들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 뮤추얼펀드 판매와 운용을 위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블랙록이 뮤추얼펀드 사업을 할 수 있는 예비 승인을 받았고, 뉴버거 버먼과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등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뱅가드는 이들 기업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중국 개인 투자자들에게 접근한다는 구상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과 함께 개인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작 자문벤처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이 합작사는 개인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이 사업은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성장하려는 뱅가드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뱅가드는 경쟁이 치열한 펀드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이 벤처를 통해 전문적인 금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WSJ는 뱅가드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중국 펀드 시장에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자문 서비스에 집중하더라도 뱅가드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앤트그룹이 중국 정부의 규제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전체적인 사업을 개편중이어서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시장에서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어떤 외국 기업도 아직은 중국 개인 투자자에게 자신들의 뮤추얼펀드를 팔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은행과 거대 테크 기업들이 유통 채널을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팀 버클리 뱅가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 투자자문 서비스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이를 충족시킬 확실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뱅가드는 이 사업을 지원하고, 중국 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 있는 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