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재등장한 'MB 아바타'…선거 앞두고 '라벨링' 기승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MB 아바타'라는 단어가 재등장했습니다. MB(이명박) 아바타는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권이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공격한 단어인데요. 안 후보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누군가로부터 특정 명칭(label·라벨)이 붙었을 때 그것이 갖는 고유의 성질과 성격대로 행동하려는 현상을 '라벨링 효과'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 "너는 친절해"라고 지속해서 말해주면 아이가 친절하다는 '라벨'대로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라벨링이 '낙인 찍기'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념 대립이 심하고 반공사상이 강했던 과거에는 '빨갱이', '종북 좌파'라는 라벨링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토착 왜구'라는 라벨링이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의 부정적 이미지를 투사하기 위한 라벨링 역시 판을 치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라벨링에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나 전 의원을 그의 성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합쳐 '나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한 협상"이라고 하거나, 지난 2019년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불필요한 자극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등 여권 지지자들이 보기에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평가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지만, 일단 '나베'라는 라벨이 붙은 나 전 의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극우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진 것이 나 전 의원에게는 뼈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MB 아바타도 대표적인 라벨링입니다. 뇌물, 횡령 등으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안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제2의 MB 아바타"(박영선 후보)라거나 "MB의 귀환"(고민정 의원)이라며 MB 이미지를 들씌우려고 하는 것은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자들의 라벨링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라벨링 역시 일종의 정치 참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당(公黨)이 라벨링에 기대 정치를 펼치는 것은 유감입니다. 라벨링이 횡행하면 검증과 토론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상대 후보의 부정·부패가 의심된다면 "MB 닮았다"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을 둔 검증이지 이미지 싸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심리학에서는 누군가로부터 특정 명칭(label·라벨)이 붙었을 때 그것이 갖는 고유의 성질과 성격대로 행동하려는 현상을 '라벨링 효과'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린아이에게 "너는 친절해"라고 지속해서 말해주면 아이가 친절하다는 '라벨'대로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라벨링이 '낙인 찍기'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념 대립이 심하고 반공사상이 강했던 과거에는 '빨갱이', '종북 좌파'라는 라벨링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토착 왜구'라는 라벨링이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의 부정적 이미지를 투사하기 위한 라벨링 역시 판을 치고 있습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라벨링에 곤욕을 치른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나 전 의원을 그의 성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합쳐 '나베'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한 협상"이라고 하거나, 지난 2019년 한일 관계 경색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불필요한 자극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등 여권 지지자들이 보기에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한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평가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지만, 일단 '나베'라는 라벨이 붙은 나 전 의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극우적인 이미지까지 더해진 것이 나 전 의원에게는 뼈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MB 아바타도 대표적인 라벨링입니다. 뇌물, 횡령 등으로 구속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안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제2의 MB 아바타"(박영선 후보)라거나 "MB의 귀환"(고민정 의원)이라며 MB 이미지를 들씌우려고 하는 것은 이런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지자들의 라벨링은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라벨링 역시 일종의 정치 참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당(公黨)이 라벨링에 기대 정치를 펼치는 것은 유감입니다. 라벨링이 횡행하면 검증과 토론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상대 후보의 부정·부패가 의심된다면 "MB 닮았다"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사실에 기반을 둔 검증이지 이미지 싸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