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지난 15일 치즈덕 작가의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과 로잉 작가의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컨셉토끼 작가의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이모티콘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이모티콘들은 모두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다.
'허버허버'는 처음에 네티즌 사이에서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으로 통용됐으나 일부 남성 회원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에 기반한 단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허버허버'가 한 여성 네티즌이 남자친구의 먹는 모습을 비하하는 글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남혐 단어로 쓰인다고 했다. 실제로 2018년 한 여성 회원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자친구가 입 벌리고 '허버허버' 하면서 고기를 먹는데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반면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허버허버'가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는 뜻으로 쓰는 하나의 '밈'(Meme·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문화)일 뿐, 남성 혐오 의도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앞선 13일엔 인기 유튜버 '고기남자'도 지난해 6월 고기 먹방(먹는 방송) 영상에 달린 '허버허버' 자막에 대해 사과했다. 고기남자는 "8개월 전의 영상이고 제가 허겁지겁 먹는 걸 나름 위트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를 썼던 것"이라라고 해명했다.
이어 "전 절대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당시 그게 그런 용어로 쓰인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앞으로 영상 제작에 주의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고기남자는 또 '죄송합니다'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허버허버' 표현을 쓴 데 대해 재차 사과했지만 99만명에 달하던 그의 구독자는 허버허버 논란 이후인 16일 오전 11시 88만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허버허버' 표현에 대한 남성 혐오 논란이 확산하자 카카오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 심려 끼쳐드린 점 죄송한 말씀을 전하며 더욱 신중하게 서비스 운영에 힘쓰겠다"고 알렸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