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기초연금과 근로장려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자 선정에 공시가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생계곤란으로 인한 병역 면제자가 급감하고, 토지 관련 과태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연계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조세·복지·행정·부담금·부동산 평가 등 5개 분야 63개 제도에 이른다.

복지 분야에서는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정책의 수혜대상 선정 및 급여액 산출 등에 공시가격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연금은 다른 소득이 없을 경우 부동산 등 재산가액에 0.04를 곱한 소득인정액이 4225만원이 넘으면 연금을 주지 않는다. 올해 공시가격이 19%가량 오른 만큼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의 재산액 합계가 1억4000만원 미만인 가구에 주는 근로장려금, 7850만원 이하인 경우 받을 수 있는 생계유지 곤란 병역 감면 혜택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취업 후 학자금 장기상환대상자 판단, 공공주택 입주자 자격, 교육비 지원대상 선정 등도 공시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 분야에선 무허가 농지 전용·부동산 거래신고 누락 등에 대한 벌금 및 과태료가 높아진다. 국공유재산의 대부 및 사용료도 인상된다. 이 때문에 국공유지에 주로 설치된 수소충전소 등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담금 분야에선 개발 및 재건축부담금 등 4개 사업이 해당한다. 다만 해당 부동산의 실거래가가 없는 상황에만 적용되는 등 공시가격 상승이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평가 분야에서는 정부사업에 사용하는 부동산(도로·농지·산지·개발제한구역 토지)에 대한 국가보상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세금도 오른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취득세, 등록면허세, 양도소득세 등을 계산할 때 모두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분야에선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는 사람이 1만8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