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5대 은행에서 달러화 예금이 10억달러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 초부터 상승하자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522억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말 532억3000만달러에 비해 10억3000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가량에서 1140원까지 상승했고, 최근엔 달러당 11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자를 거의 받지 못하는 달러화 예금은 환차익을 추구하는 측면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달러 약세) 가입자가 몰리고, 오르면 해약이 늘어난다.

올 들어 달러화 예금 잔액은 환율 변동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1월 ‘강달러’가 나타나자 5대 은행에선 전달 대비 27억9000만달러어치의 달러화 예금이 빠졌고, 원화 강세(환율 하락)가 나타난 2월에는 다시 잔액이 28억7000만달러 불어 1월 감소분을 회복했다. 지난달 달러예금 잔액이 대폭 늘어난 건 국내 수출 경기가 회복되며 달러가 유입됐고,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과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건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최근 원·달러 목표 환율로 달러당 1130~1140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까지 1100원대 이하에서 달러를 샀던 개인과 기업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팔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향후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미국 백신 보급 현황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비트코인 가격 등 달러에 투자할 때 신경 써야 할 변수가 늘었다”며 “개인으로선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라도 일정 정도의 달러화 예금은 항상 보유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