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주렁주렁 LH 퇴직자 1500명 조사 흐지부지 넘어가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문가 "강제 조사·수사 쉽지 않지만 의지의 문제"
투기 의혹이 주렁주렁 제기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1천500여 퇴직자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겉돌아, 이러다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직이 아니어서 개인정보 동의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전수조사나 강제수사가 여의치 않다.
자칫하면 투기의 대물들이 슬금슬금 법망을 죄다 빠져나갈 판이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여야는 특검 도입에 합의했으나 LH 퇴직자들에 대한 의혹 규명 없인 공직자 투기의 발본색원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
◇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퇴직자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에서 투기의혹자로 걸러낸 LH 직원 20명 가운데 대부분은 입사 30년 차 이상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이들은 노후 대비 차원에서 신도시 예정지 땅에 투자한 것으로 투기가 복지였던 셈이다.
이는 이런 형태의 투자가 LH 내부에서 관행화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미 퇴직한 임직원들도 현직 때 대거 이런 형태의 투자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실제 민변·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현직 직원이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신도시 토지를 취득한 경우도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LH 레드휘슬(부조리신고)에 퇴직 직원이 현직으로 있을 때 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구체적 제보가 있었으나 퇴직 직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LH는 이를 묵살했다.
LH 김 모 팀장은 지인 5명과 함께 지난 2018년 1월 경기도 광명시의 땅을 사들였는데 이들 중에는 2015년 퇴직한 전직 간부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직과 전직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 형태의 투기로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직은 물론 퇴직자들까지 전수조사하지 않을 경우 LH 사태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LH 퇴직자는 정부가 조사하기로 한 지난 2013년 이후 작년까지 1천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퇴직자가 전현직들의 출자를 받아 땅 투자 법인을 설립하고 신도시 등의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엔 토지 거래 기록에 법인명만 남아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민변·참여연대는 전수조사 대상에 퇴직자도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조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연령대가 높은 LH 직원들이 한탕하고 나갔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추측한다"면서 "이들은 오랜 관련 업무를 통해 익힌 식견으로 어디다 투자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내부정보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 강제 어려워 동력 잃은 조사·수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퇴직자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조사의 한계가 있으나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상 토지거래 현황이 포착될 경우 추가적인 조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LH 퇴직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깜깜무소식이다.
지난 11일의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퇴직자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퇴직자 조사와 수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직 LH 직원이나 공무원은 전수조사를 위해 본인과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퇴직자는 일반인이어서 이를 강요할 수 없다.
고소·고발이나 뚜렷한 실정법 위반 혐의를 잡기 전엔 수사도 어렵다.
이강훈 변호사는 "정부가 공직자 전수조사를 하고 있으나 일반인이 된 퇴직자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수조사한다는 건 어렵다"면서 "강제수사 역시 확실한 정보와 단서가 있어야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도 내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 간부는 "터져 나오는 현직 LH 직원이나 지자체 공무원 및 가족의 의혹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부담이 커 확실한 혐의가 없는 한 전직 LH 직원들에게까지 손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직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전직에 대한 수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한다고 해서 투기자 색출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9일 땅 투기 의혹으로 고발된 15명 가운데 현직 13명만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직 2명은 강제수사에 필요한 혐의를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을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부패방지권익위법으로 엮으려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퇴직자여서 해당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퇴직자들의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선 농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개발 예정지의 농지를 매입할 때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신도시 가운데 특정 시점에 거래가 가장 왕성한 지역의 토지 거래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위법 여부 확인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훈 변호사는 "LH 퇴직자에 대한 수사 의지만 확고하다면 한국부동산원이 가진 토지 거래 정보를 뒤져 특정 지역의 의심 거래를 추출하는 방식 등으로 농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면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이들은 현직이 아니어서 개인정보 동의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전수조사나 강제수사가 여의치 않다.
자칫하면 투기의 대물들이 슬금슬금 법망을 죄다 빠져나갈 판이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여야는 특검 도입에 합의했으나 LH 퇴직자들에 대한 의혹 규명 없인 공직자 투기의 발본색원이 구호에 그칠 수 있다.
◇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퇴직자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이 1차 조사에서 투기의혹자로 걸러낸 LH 직원 20명 가운데 대부분은 입사 30년 차 이상으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이들은 노후 대비 차원에서 신도시 예정지 땅에 투자한 것으로 투기가 복지였던 셈이다.
이는 이런 형태의 투자가 LH 내부에서 관행화돼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미 퇴직한 임직원들도 현직 때 대거 이런 형태의 투자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실제 민변·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현직 직원이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신도시 토지를 취득한 경우도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LH 레드휘슬(부조리신고)에 퇴직 직원이 현직으로 있을 때 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제3자의 이름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구체적 제보가 있었으나 퇴직 직원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LH는 이를 묵살했다.
LH 김 모 팀장은 지인 5명과 함께 지난 2018년 1월 경기도 광명시의 땅을 사들였는데 이들 중에는 2015년 퇴직한 전직 간부도 포함돼 있다.
이는 현직과 전직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 형태의 투기로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현직은 물론 퇴직자들까지 전수조사하지 않을 경우 LH 사태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LH 퇴직자는 정부가 조사하기로 한 지난 2013년 이후 작년까지 1천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퇴직자가 전현직들의 출자를 받아 땅 투자 법인을 설립하고 신도시 등의 투기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엔 토지 거래 기록에 법인명만 남아 단속을 피할 수 있다.
투기 의혹을 처음 폭로한 민변·참여연대는 전수조사 대상에 퇴직자도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조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는 "연령대가 높은 LH 직원들이 한탕하고 나갔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추측한다"면서 "이들은 오랜 관련 업무를 통해 익힌 식견으로 어디다 투자하면 좋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만, 내부정보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 강제 어려워 동력 잃은 조사·수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퇴직자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조사의 한계가 있으나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상 토지거래 현황이 포착될 경우 추가적인 조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LH 퇴직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깜깜무소식이다.
지난 11일의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퇴직자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퇴직자 조사와 수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직 LH 직원이나 공무원은 전수조사를 위해 본인과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 이용 동의를 요구할 수 있지만, 퇴직자는 일반인이어서 이를 강요할 수 없다.
고소·고발이나 뚜렷한 실정법 위반 혐의를 잡기 전엔 수사도 어렵다.
이강훈 변호사는 "정부가 공직자 전수조사를 하고 있으나 일반인이 된 퇴직자를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수조사한다는 건 어렵다"면서 "강제수사 역시 확실한 정보와 단서가 있어야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도 내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 간부는 "터져 나오는 현직 LH 직원이나 지자체 공무원 및 가족의 의혹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부담이 커 확실한 혐의가 없는 한 전직 LH 직원들에게까지 손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직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면 전직에 대한 수사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사가 본격화한다고 해서 투기자 색출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9일 땅 투기 의혹으로 고발된 15명 가운데 현직 13명만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직 2명은 강제수사에 필요한 혐의를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을 공공주택특별법이나 부패방지권익위법으로 엮으려면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지만 퇴직자여서 해당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퇴직자들의 투기 의혹 수사를 위해선 농지법 저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개발 예정지의 농지를 매입할 때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신도시 가운데 특정 시점에 거래가 가장 왕성한 지역의 토지 거래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위법 여부 확인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훈 변호사는 "LH 퇴직자에 대한 수사 의지만 확고하다면 한국부동산원이 가진 토지 거래 정보를 뒤져 특정 지역의 의심 거래를 추출하는 방식 등으로 농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면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