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 동안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의 중심에 있는 자산이 격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채권 시장이다. 올해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9%에서 1.6%로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이렇게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리의 이런 움직임은 주식 투자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료=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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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 전망
우선 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고, 추가적으로 초대형 경기부양책이 나온 덕분이다.

강세장은 굳건하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단기적으로 주식 시장에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금리가 낮았다가 오를 때는 주식 시장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금리 인상이 경기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폭이 지금보다 컸던 2013년과 2016년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의 금리 인상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에 다소 절망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다소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감수하고 기꺼이 투자에 나선 것도 이 저금리 때문이었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밸류에이션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 S&P500 수익률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비교하면 주식과 채권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스프레드(S&P500 수익률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차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1985년 이후 평균치보다 여전히 1%포인트 이상 확대돼 있다. 아울러 현재 인플레이션 기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프레드는 지금보다 더 축소돼야 맞는다.

가치주 '주목'
금리 인상은 주식 시장 각 부문에 상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금리 하락 덕분에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급등했다. 이들 기업은 미래에 성장하는 좋은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을 장기 채권과 같은 장기 자산으로 여겼다. 금리가 하락하면 장기자산이 가장 큰 수혜를 입는다. 반대로 금리가 인상되면 성장주는 압박을 받는다.

현재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위축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성장주에 대한 전망이 금리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위축은 금리 인상과 맞물려 거의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만약 금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면 성장주는 계속해서 역풍 맞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가치주의 수익이 경제활동과 더 관련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경제의 빠른 회복은 성장주보다 가치주의 빠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경기부양책 덕분에 내년까지 미국 경제는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치주가 장기간 '순풍'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경제 회복에 대한 확인으로 읽히고 있다. 또 현재 금리가 주식시장을 붕괴시킬 만큼 높은 것도 아니다. 다만 금리가 더 오른다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옮겨가는 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성장주 대 가치주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에 수혜를 입는 경기순환주를 더 선호한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