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장 된 삼성전자 주총, 동학개미 200만명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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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3인 주주들 의문에 2시간 답변
총수 부재의 그늘 "3년내 M&A? 시기 특정하기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 질문도
"법과 회사 상황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
총수 부재의 그늘 "3년내 M&A? 시기 특정하기 어렵다"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 질문도
"법과 회사 상황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형 고객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가 선단 공정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능력"이라며 "고객사 수·생산능력 등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 효율적인 투자를 적기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모두 갖춰 '초격차'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D램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도입했고, 적층 기술 역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또, “4세대 10나노급 D램, 7세대 V낸드 개발로 선단 공정에 대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데이터 센터와 HPC(고성능컴퓨팅) 등 고성장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 차별화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최근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부회장직 해임 요구 등 민감한 질문과 의견이 나왔다. 이들 질문에도 삼성전자는 모두 답변을 내놨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M&A) 대상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지만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한 말이다. 한 주주가 "3년 내 유의미한 M&A를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고 던진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총수 공백 속에서 ‘3년 내 M&A’가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김 부회장을 비롯한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인방은 온·오프라인 주총에서 쏟아진 질문 포화 속에서 문제를 숨기거나 그럴듯한 말로 상황을 포장하지 않았다. 현재 봉착한 위험과 문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똑똑해진 ‘동학개미’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답변은 상세하고 가감 없었다. 이날 한 주주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마트폰 생산차질을 물었다. 고동진 사장은 “IT업계에서 반도체 또는 관련 부품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매우 심각하다”며 ”2분기부터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사업부장들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 출장을 날아서 협력사를 만나고 있고, 매일 아침 부품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달려들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폴드 시리즈와 병합한다는 풍문이 있다”는 질문에도 “올 하반기에는 노트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고 사장은 “갤럭시S21 울트라에 S펜을 구현했기에 1년에 S펜이 들어간 모델을 두 개 내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노트 시리즈는 지속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들은 TSMC, LG전자 등 경쟁사를 언급한 질문도 여럿 던졌다. “경쟁사처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김현석 사장은 “마이크로LED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은 고가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가격으로 선보일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다른 주주가 손을 들고 “이 부회장이 그 자리를 꼭 지켜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피해지원 등) 좋은일 해주고 왜 감옥에 가느냐? 기가막히다”고 토로하자 주변 주주들이 박수를 치는 등 호응했다. 일부 주주는 “맞소!” 하고 맞장구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1심,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놓을 이유가 없다”며 “삼성전자는 대한민국과 함께 하는 회사”라고 옹호했다.
일부 주주들은 외부의 독립적인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준법위는 외부 감시기구에 불과할 뿐 법적인 최고 감시기구는 감사위원회”라며 “준법위가 법을 월권해 취업제한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참석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47억5800만주 가량으로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53억7219만주)의 88%에 달했다. 이번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14만5327명으로 전년의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 모든 주주가 한 곳에 모이기 어려운데다, 주주 편의성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의례적인 ‘박수표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 OMR 카드에 수기로 표결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자표결단말기를 통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전 방식에 비해 표결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의결권 3% 제한’룰도 처음 도입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김선욱 사외이사 분리선출건에 대해서는 3% 초과 주주의 의결권 제한됐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의 찬성률은 79.48%로 98~99% 였던 타 안건 찬성률과 차이가 났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모두 갖춰 '초격차'를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D램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을 도입했고, 적층 기술 역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또, “4세대 10나노급 D램, 7세대 V낸드 개발로 선단 공정에 대한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데이터 센터와 HPC(고성능컴퓨팅) 등 고성장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 차별화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최근 수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부회장직 해임 요구 등 민감한 질문과 의견이 나왔다. 이들 질문에도 삼성전자는 모두 답변을 내놨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M&A) 대상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있지만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한 말이다. 한 주주가 "3년 내 유의미한 M&A를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달라"고 던진 질문에 대해 내놓은 답변이었다. 총수 공백 속에서 ‘3년 내 M&A’가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김 부회장을 비롯한 김현석 CE부문장(사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인방은 온·오프라인 주총에서 쏟아진 질문 포화 속에서 문제를 숨기거나 그럴듯한 말로 상황을 포장하지 않았다. 현재 봉착한 위험과 문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사업 방향 등 질문 공세 모두 답해
이번 주총의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었다. 사업부별 영업보고 및 각 안건마다 모두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온라인을 통해 사전 취합한 질문과 현장에서 주주들이 손을 들고 묻는 질문이었다.똑똑해진 ‘동학개미’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답변은 상세하고 가감 없었다. 이날 한 주주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스마트폰 생산차질을 물었다. 고동진 사장은 “IT업계에서 반도체 또는 관련 부품 공급과 수요의 밸런스가 매우 심각하다”며 ”2분기부터 생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사업부장들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 출장을 날아서 협력사를 만나고 있고, 매일 아침 부품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달려들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폴드 시리즈와 병합한다는 풍문이 있다”는 질문에도 “올 하반기에는 노트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고 사장은 “갤럭시S21 울트라에 S펜을 구현했기에 1년에 S펜이 들어간 모델을 두 개 내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노트 시리즈는 지속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들은 TSMC, LG전자 등 경쟁사를 언급한 질문도 여럿 던졌다. “경쟁사처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을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김현석 사장은 “마이크로LED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며 “아직은 고가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는 가격으로 선보일테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주주간 설전 벌이기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두고는 주주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신을 한 시민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삼성의 부회장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취업제한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하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다른 주주가 손을 들고 “이 부회장이 그 자리를 꼭 지켜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피해지원 등) 좋은일 해주고 왜 감옥에 가느냐? 기가막히다”고 토로하자 주변 주주들이 박수를 치는 등 호응했다. 일부 주주는 “맞소!” 하고 맞장구 치기도 했다.
또 다른 주주는 “1심,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들도 도지사를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데 개인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놓을 이유가 없다”며 “삼성전자는 대한민국과 함께 하는 회사”라고 옹호했다.
일부 주주들은 외부의 독립적인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준법위는 외부 감시기구에 불과할 뿐 법적인 최고 감시기구는 감사위원회”라며 “준법위가 법을 월권해 취업제한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작년보다 두 배 늘어난 주총 참석주주
이날 주총장에는 지난해 참석인원(40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주주 900여명이 자리했다. 지난해 '동학개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면서 소액주주 수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자가 '국민주식'이 되면서 주주들의 연령대도 대양했다. 이날 주총장에서도 13개월 아기 주주 대신 대리참석한 조모,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부모님과 함께 참석한 모습 등이 눈에 띄었다.참석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47억5800만주 가량으로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53억7219만주)의 88%에 달했다. 이번 주총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14만5327명으로 전년의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주주총회를 온라인 중계했다. 모든 주주가 한 곳에 모이기 어려운데다, 주주 편의성도 강화할 수 있어서다.
의례적인 ‘박수표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 OMR 카드에 수기로 표결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자표결단말기를 통해 모든 안건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전 방식에 비해 표결에 걸리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의결권 3% 제한’룰도 처음 도입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김선욱 사외이사 분리선출건에 대해서는 3% 초과 주주의 의결권 제한됐다. 이에 따라 해당 안건의 찬성률은 79.48%로 98~99% 였던 타 안건 찬성률과 차이가 났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