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반대 전제로 개정 필요성 언급…"본회의장 직접 토론 방식으로 돌아가자"
슈퍼야당 파워에 벽 부딪힌 바이든 "필리버스터 어렵게 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보다 어렵게 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방안에 찬성 입장을 표했다.

다만 전면적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향해 당파적 입법을 막기 위한 상원의 오랜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없애려 할 경우 바이든의 어젠다 추진이 올스톱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법안을 붙잡고 있으려면 본회의장에서 계속해서 토론하도록 하는 쪽으로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칙을 다시 개정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가 필리버스터 절차 개정에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한 것은 처음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필리버스터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처음 상원의원이 됐을 때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호한다"며 "그 때에는 본회의장에서 서서 계속해서 토론을 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필리버스터의 부활을 찬성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 방식이 필리버스터의 취지에 맞는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상원의원이 실제 본회의장에서 계속 발언을 해야 하는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ABC방송은 전했다.

이는 수십 년 전에 활용됐던 것이라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현재 미 상원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50의 동수로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 행사로 민주당이 다수당 위치를 점하고 있긴 하지만 주요 법안 통과 때마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결하고 법안을 처리하려면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최소 10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법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 폐지를 주장하며 관련 규칙 개정을 추진해왔으나 공화당은 초당적 의회 운영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맞서왔다.

이날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정 개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백악관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만큼 행정부 초기 주요 어젠다 추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의회에서 주요 입법이 벽에 부딪히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고민의 반영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필리버스터 제도를 놓고 거센 충돌을 빚어왔다.

민주당 상원 '넘버2'인 딕 더빈 원내총무가 "필리버스터가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며 공화당이 시급한 입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악용하고 있다고 맹공하자 매코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 전면 폐지를 추진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받들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조 맨친, 키어스틴 시너마 상원의원 등 중도파 인사들은 필리버스터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단일대오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