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휩쓸었던 지난해는 백화점의 암흑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될 때마다 쇼핑객이 급감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40%씩 줄었다. 명품과 리빙 부문이 실적을 방어했지만 한때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패션 부문은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했다.

최근 반등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 주말(3월 12~14일) 백화점 3사 매출이 전년 같은 주말보다 80%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좋은 실적을 냈다. 백신으로 일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데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콘택트(대면)’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내내 매출 반토막의 악몽에 시달리던 패션 부문에서 회복세가 눈에 띈다.

백화점, 주말 매출 ‘쑥’

백화점에 몰린 '보복 소비'…코로나 지웠다
롯데백화점의 주말 매출은 지난해 동기(3월 13~15일) 대비 85% 증가했다. 명품(95%)과 아동(177%), 아웃도어 제품(118%) 등 주요 부문 매출이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전체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3월 15~17일)보다 6% 늘었다. 지난해 떠오른 명품과 아웃도어, 리빙 제품이 실적을 끌어 올렸다. 명품 매출이 60%, 아웃도어와 가전·가구 매출이 각각 29%, 22%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3월 실적이 부진해 기저효과가 있지만 지난달 설 연휴 이후 오프라인 유통업체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비슷하다. 신세계백화점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2019년에 비해서는 29%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 개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주말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113% 증가했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기존 점포들의 매출도 82% 늘었다. 2019년 매출보다는 6%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월 말~3월 초는 원래 신학기 소비로 반짝 특수를 누리지만 3월 중순인 최근까지 매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 회복을 조금씩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남성패션도 회복세

백화점 업계를 들뜨게 하는 건 패션 부문 실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말 여성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119% 늘었다. 남성 패션도 116% 증가했다. 내부에서 고무적으로 본 건 2019년 대비 매출이다. 여성패션은 감소폭이 6%에 그쳤다. 남성패션은 3%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편안한 스타일의 컨템퍼러리 브랜드가 패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백화점보다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룩 위주인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적어 코로나19의 타격이 덜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의미있는 회복세라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트렌드와 계절 변화를 상대적으로 적게 타는 남성복까지 매출이 올랐다는 것은 패션 수요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주말 여성패션 매출이 전년 대비 139%, 남성패션은 141% 증가했다. 2019년에 비해 남성패션은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의 여성패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 2019년에 비해서는 24%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달(-30%)보다 개선됐다. 롯데백화점은 기세를 몰아 패션 행사에 나선다. 18일부터 21일까지 전 점포에서 국내 패션업체 5개사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5대 패션그룹 패션 위크’를 연다. 한섬과 삼성물산, 바바패션, 대현, 시선인터내셔널의 총 42개 브랜드 봄·여름 신상품을 롯데카드로 구매하면 할인해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