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칼럼] '욕망의 전차'에 올라 탄 公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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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 국민 '현실자각 타임'
집·땅·정보·특권·자녀입시…
욕구 분출도 공직자 솔선인가
新관존민비가 내로남불 키우고
좌절·분노한 국민을 바보 만들어
이런 적폐 두고 뭘 청산하나
오형규 논설실장
집·땅·정보·특권·자녀입시…
욕구 분출도 공직자 솔선인가
新관존민비가 내로남불 키우고
좌절·분노한 국민을 바보 만들어
이런 적폐 두고 뭘 청산하나
오형규 논설실장
![[오형규 칼럼] '욕망의 전차'에 올라 탄 公僕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3/07.22236386.1.jpg)
공기업 직원들로 시작해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무원 그리고 무수한 전관들…. 어디서 얼마나 더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파면 팔수록 노다지일 것이다.
사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아닌 척해도 더 먹고, 더 벌고, 더 갖고, 더 누리고 싶어하는 존재다. 작은 틈새만 있어도 물이 스며드는 게 세상이치 아닌가. 누구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에 올라타고 싶을 것이다. 이런 욕망의 무한질주를 억제하는 게 개개인의 도덕, 직업윤리, 내부통제 시스템 그리고 법의 지배(法治)다. 그게 선진국이다.
적어도 국민 혈세로 녹을 먹는 공직자라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나라 기강이 흐트러질 때 그런 억제 기제부터 먼저 무너진다. 조국·윤미향 사태를 겪으며 사회윤리는 아노미에 빠졌다. 줄 세우기 코드인사와 적폐청산 소동으로 공직사회의 직업윤리도 희미하다. 정치가 모든 걸 집어삼키는 동안 국가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2주가 지나서야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부동산 적폐청산을 다짐했다. 그 적폐란 게 뭔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번 공직자 부패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라고 국민을 대신해 반박했다. 이런 신(新)적폐 말고 뭘 청산한다는 것인가. 전(前) 정권들을 털어 먼지가 나온다고 현 정권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LH 사태의 본질을 뼈저리게 성찰하지 않는 한 근본 해법이 나올 수 없다. ‘공공’을 절대선(善)인 양 호도해온 유사(類似) 사회주의적 국정 운영이 임계점에 이르러 고름이 터진 것이다. 현실에서 사회주의가 예외 없이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민에게는 관념과 공상 속 유토피아를 주입해 마취시키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척하는 권력자들은 뒤에서 더 없이 욕망에 충실했던 탓이다. ‘내로남불’의 뿌리도 여기에 있다. 평등교육을 외치면서 자기 자식은 특목고에 보내고, 다주택자를 악마라고 공격하면서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그런 이율배반이다.
LH를 환골탈태 혁신하겠다는 정부 대책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지금 필요한 건 LH의 대대적 기능 축소나 해체다. 돈 되는 개발정보가 집중되고, 공공 개발을 고수하는 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사익 추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게 인간 본성이자 집단의 행동원리다. 백 번의 다짐, 투기와의 전쟁 선포 이전에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반성과 성찰부터 해야 했다. 생선 꼬리가 썩고 있는데 머리인들 온전한지.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