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A씨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후 약 250일 만에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내가 겪은 사실을 사실로 인정받는 것, 그 기본적인 게 굉장히 험난했다”며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이 사회에서 나란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며 “아직 피해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이제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여당에서 나온) ‘피해호소인’ 명칭과 사실 왜곡, 극심한 2차 가해 등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식과 먼 일들로 너무도 괴롭다”며 “잘못한 일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사과했지만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를 명확히 짚어주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소속 정치인의 중대한 잘못 외에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피해 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고 결국 서울시장 후보도 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나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 의원들을 당 차원에서 징계하고 직접 나에게 사과하도록 박 후보가 따끔히 혼내 달라”고 했다.

최다은/김남영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