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진짜와 가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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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한 건물의 표면이 일그러졌다.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금세라도 흘러내릴 듯하다. 어둑한 하늘엔 짙은 구름이 떠 있고, 건물의 표면은 보랏빛으로 가득 찼다.
신비한 기운의 이 장면은 사진가 한성필의 ‘파사드’ 시리즈의 하나로, 프랑스 파리에서 공사 중인 한 건물의 가림막을 주변과 함께 담은 풍경이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건물을 수리하거나 지을 때 그림이 그려진 가림막을 설치해왔다. 작가는 그것들을 찾아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간에 촬영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가 가림막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가짜’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건물이 ‘진짜’라고 여긴다. 그런데 따져보면, 저 가림막 안의 건축물도 사람이 만든 구조물일 뿐이다. 가림막의 그림은 무명의 화가들이 그렸고 곧 사라지겠지만 그 나름대로 시대의 미학을 담고 있다. 어떤 것은 건물 자체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사진들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으려 한다. 내가 아는 주인공만이 진짜 주인공인 것일까? 경기 성남 분당 아트스페이스J에서 4월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비한 기운의 이 장면은 사진가 한성필의 ‘파사드’ 시리즈의 하나로, 프랑스 파리에서 공사 중인 한 건물의 가림막을 주변과 함께 담은 풍경이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건물을 수리하거나 지을 때 그림이 그려진 가림막을 설치해왔다. 작가는 그것들을 찾아 밤과 낮이 교차하는 시간에 촬영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가 가림막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가짜’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건물이 ‘진짜’라고 여긴다. 그런데 따져보면, 저 가림막 안의 건축물도 사람이 만든 구조물일 뿐이다. 가림막의 그림은 무명의 화가들이 그렸고 곧 사라지겠지만 그 나름대로 시대의 미학을 담고 있다. 어떤 것은 건물 자체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런 사진들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으려 한다. 내가 아는 주인공만이 진짜 주인공인 것일까? 경기 성남 분당 아트스페이스J에서 4월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