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소 지시 안해…검찰개혁 동력 확보 '포석'
박범계, 취임 2개월만에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2개월 만에 역대 네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 장관은 17일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어 관련자들의 혐의와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때 내려진 무혐의 처분의 공정성을 문제 삼은 것이지만, 검찰개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박범계 "사건 처리 과정 공정하지 못해"
박 장관의 수사지휘는 대검의 무혐의 처분 과정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한 재소자가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수사팀이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박 장관은 대검이 사건 조사를 맡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과 법무부가 지난 2월 인사에서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자 대검이 반발한 것을 비판했다.

특히 임 연구관이 지난달 26일 대검에 사건을 기소하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하자, 윤 전 총장이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해 무혐의 종결 처리하도록 한 것을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박범계, 취임 2개월만에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은
◇ 검찰개혁 동력 회복…지지층 결집 해석도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맞으며 약화한 검찰개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여야는 특검 도입에 합의한 상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석 달도 안 된 상황에서 특검이 추진되면서 검찰개혁 의미가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박 장관이 이날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한 합동감찰을 지시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 검찰 수사와 관련한 의혹과 부적절한 관행을 부각함으로써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권의 지지자 결집을 위한 정치적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범계, 취임 2개월만에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은
◇ 직접 기소 지시는 안해…대검 부장회의 공정성 지적도
박 장관이 관련 혐의자를 기소하라고 지휘하지 않고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혐의 여부와 기소를 재심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놓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직접 기소를 지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에 박 장관이 기소 지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검찰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수사·기소 분리를 놓고 검찰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대검이 먼저 무혐의 결론 내린 사건을 정면으로 뒤집는 지시를 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직접 기소 지휘를 내렸다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수사지휘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 사건 재심의를 맡긴 것은 사실상 기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종근 형사부장·한동수 감찰부장 등 대검 부장회의 구성원 다수가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