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검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박 장관의 정체성을 따지는 반응이 나왔고 비공개로 이뤄지는 대검 부장회의를 생중계로 공개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재심의와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을 지시한 가운데 검찰 내부망에는 오는 19일 모해위증 사건을 재심의할 대검 부장회의를 내부망을 통해 생중계하자는 글이 올라와 검사 약 100명에게 동의를 얻었다.

검찰 내부망에 천재인 수원지검 검사(연수원 39기)는 "대검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를 요청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대법원 확정판결 사안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률가로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난 것인지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100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한 검사는 부장회의의 근거인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협의체 등 운영에 관한 지침'에 심의 내용과 결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지 못 하게 돼 있지만 이런 내용이 이미 공개된 만큼 생중계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검사는 "어차피 다른 분 페이스북에서 사후 중계될텐데 생중계가 낫겠습니다. 영화보단 다큐를 선호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도 SNS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된 사건이고, 2차례나 법무부 장관 지휘권이 발동됐던 사건"이라며 "밀실에서 대검 부장들끼리 결정할 일이 아니다. 검찰 내부통신망으로 생중계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결론 내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헌섭(연수원 40기)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내부망에 '장관님은 정치인? 국가공무원? 정치적 중립은 저 너머 어디에?'라는 글을 올려 박 장관을 비판했다.

신 검사는 박 장관이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한 발언을 거론하며 "상급자로서 장관님의 본 모습을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 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큰 고민에 빠져있다"고 했다.

박 장관이 2015년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며 "사법부 최종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정치인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국가공무원의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글에는 "집권 여당을 위해 장관 지위를 이용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는 댓글이 달렸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지낸 이완규(연수원 22기) 변호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가 그 사건에 관해 결정할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장관은 검찰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근거를 들어 기소하라고 지시하고 무죄가 선고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시는 스스로 지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사법연수원 29기)는 당시 재소자 조사를 담당했다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후배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양 검사는 과거 담당했던 피의자가 재판장에서 '검사가 회유 협박했다'는 거짓 증언을 해 고생한 적이 있다는 사연을 소개하며 "그 후로 재소자분들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마땅했는데, 그리하지 못했다. 말석 검사가 재소자 조사를 담당하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한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