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가 공항 전문가 다 됐어요" 가덕도 주민의 하소연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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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업이 주특기가 아니라 공항이 주특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다, 안 짓는다 하면서 주민들 반대 싸움만 벌써 15년째 돼 가니까 하는 말입니다."
가덕신공항 문제를 다룬 한국경제신문 '장규호의 현장'(3월 17일자 A33면)의 제목은 "여기서 1년 살아보면 가덕신공항 짓자고 못할 것" 이었다. 이 말을 전한 대항마을(부산 강서구 대항동)의 황영우 신공항반대비상대책위원장(59)은 가덕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젊어서 조리사로 도회지에 나가 일도 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잡이 배를 몰고 횟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장규호의 현장'에서 제대로 싣지 못했던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황씨와의 문답으로 옮겨 본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약지반이라는데, 가덕도 일대는 어떤 지 경험이 있습니까.
"예전에 대항항 앞에 방파제를 놓으려고 수심 5m 속 지질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뻘층 1m를 들어내고 사석(沙石)을 붓고 블록을 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자꾸 이게 내려 앉더라구요. 결국 처음에 조사를 잘못 한 거죠."
-흔히 연약지반이라 부르는데, 그걸 '뻘'이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어부들이 느낄 때는 그 뻘이 바로 연약지반입니다. 고정식 그물인 정치망을 바닷물 속에 한달만 놔둬도 뻘 속으로 쑥 들어가고 맙니다. 굳기 전 시멘트나 찰흙 같다고 할까요. 정치망을 1년 가까이 놔두면 앵커(그물의 추)가 뻘 속에 묻혀버립니다. 그러니 주민들은 가덕도 앞바다 수심 20m 아래에 이 뻘이 15~20m로 두텁게 있을 거란 얘기를 합니다."
-10여년 전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의 해저터널 공사를 이 곳 가덕도에서 했는데, 당시 시공 업체는 최신 공법들을 통해 연약지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토목기술 쪽은 제가 잘 모르니 뭐라 얘기할 순 없겠지요. 이 곳 대항마을로 빠져나오기 전, 거가대교로 직진하는 도로를 이용하면 천성항 쪽에서 해저터널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산신항으로 출입하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박들의 통행을 위해 가덕수도(水道) 구간에 터널을 뚫은 건데요. 문제는 가덕신공항을 위한 연약지반 개량을 한다고 철근 파일을 쾅쾅 박아대면 그 터널에 충격과 울림이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이 곳이 외해(外海)여서 바다 매립과 공항 입지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가덕도 일대는 바람, 파도, 안개, 태풍 등 없는 게 없는 곳입니다.(웃음). 태풍이 북상하면 제주도가 1차로 맞고, 다음이 가덕도 입니다. 그리고는 서(西)로 가든, 동(東)으로 가든 행로를 정하지요. 파고 2~4m, 풍속 10~14m(초속)면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데, 이 곳 가덕도는 파도가 1m는 더 높고, 풍속도 5m는 더 빠른 곳입니다. 풍랑주의보도 한 달에 두세 차례 내려지는 건 기본이구요. 가덕도 앞바다도 근해(近海)라기 보다는 먼바다에 가깝습니다. 조류가 워낙 강해서 양식업도 하기 힘든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 6년간 공항 건립 공사를 어찌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바람 방향은 어떤가요. 공항은 이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사계절 바람도 모두 제각각 입니다. 봄엔 샛바람(동풍)이 엄청 불고, 여름엔 남서풍, 가을·겨울엔 서풍과 북서풍이 불지요. 윗 지방에 눈이 오거나 영하 4~5도(섭씨)만 돼도 이 곳은 한 3일 씩은 북서풍이 계속 불면서 모든 게 다 날아갑니다. 정말이지 공항 짓자고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1년 살아보고 그런 얘기 했으면 싶어요." -공항을 짓는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까요. 보상을 더 받으려고 반대투쟁 한다고 여길 수 있는데...
"공항을 짓는다면 이 곳 대항항과 남쪽 외항포항, 동쪽 새바지항의 어민들이 삶의 터진을 잃게 됩니다. 북쪽 천성항 쪽도 물류단지 등으로 개발될 거란 얘기도 있구요. 대항마을의 경우 320가구에 주민이 400명 정도인데, 원주민은 150명 남짓 됩니다. 나머지는 공항 얘기가 나오면서 지어지기 시작한 다세대주택 등에 주소지를 둔 외지인들이구요. 이 분들은 보상을 받으면 좋을 지 몰라도,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원주민들은 완전히 생업을 잃게 되는 겁니다."
-원주민 퇴거 문제는 만만치 않은 문제겠군요.
"대항마을 어촌계에 가입한 주민이 120명 가량 됩니다. 근해의 통발, 수심 깊은 곳까지 나가는 자망어업에 종사하죠. 낚싯배까지 포함하면 배도 100척 가량 되구요. 3~5월엔 숭어가 제철인데, '숭어들이'라고 200년 넘은 축제가 있어요. 전통 배 6척으로 숭어를 잡는 거죠. 유명한 가덕도 대구는 12~2월에 많이 잡힙니다. 한마디로 황금어장이죠. 숭어 제철 때는 어촌계에서 8억~9억원을 벌어들이는데, 그러면 계원들 별로 한해 1억 이상은 벌게 됩니다. 이 원주민들이 신공항 짓기 시작하면 바로 나가야 할 판입니다."
-부산시는 이런 원주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나요.
"며칠 전 부산시의 시민소통팀장이란 분이 민원 청취한다고 왔습니다. 제가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따지니까, '저희들도 공항이 된다고 해야 오지 않겠느냐'라고 자기들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박근혜 정부 때는 밀양 대안과 경쟁을 해서 그랬는지, 부산시의 공항관련 부서 국장이 왔었죠."
-일종의 투기성 난개발도 심하다고 하는데.
"새바지항 쪽에 다세대 같은 건물을 많이 지었습니다. 짓기도 전에 분양도 다 되구요. 3.3㎡(평)당 2000만원 한다니 놀랍지요. 10평의 실거래가가 무려 1억7000만~1억8000만원 합니다. 고시(개발계획 관련) 떨어지기 전까진 보상이 다 된다고 소문 났어요. 공항이 된다, 안된다 갈짓자 행보를 보이면서 개발제한이나 규제도 묶였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기회가 생겨난 거지요. 외지인들만 주민등록이 늘어나고 보상에 관심 많겠지만, 대부분 연로한 원주민들은 완전 소외돼 있습니다. "
-저도 10여년 전에 해저터널 공사 때 한번 방문했었는데, 지금도 참 풍광이 멋집니다.
"가덕도 일대는 정말이지 관광자원이 많습니다. 숭어들이 전통 축제도 있고, 대항마을 뒤 연대봉에선 봉수대제가 매년 열립니다. 새바지쪽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기지가 있었던 곳도 유명합니다. 새바지 쪽은 일출, 대항 쪽은 일몰이 장관인데요. 그래서 대항 쪽에 70억원 넘게 들여 나무데크길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게 모두 아깝게 사라질 운명입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가덕신공항 문제를 다룬 한국경제신문 '장규호의 현장'(3월 17일자 A33면)의 제목은 "여기서 1년 살아보면 가덕신공항 짓자고 못할 것" 이었다. 이 말을 전한 대항마을(부산 강서구 대항동)의 황영우 신공항반대비상대책위원장(59)은 가덕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젊어서 조리사로 도회지에 나가 일도 했지만,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잡이 배를 몰고 횟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장규호의 현장'에서 제대로 싣지 못했던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황씨와의 문답으로 옮겨 본다.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약지반이라는데, 가덕도 일대는 어떤 지 경험이 있습니까.
"예전에 대항항 앞에 방파제를 놓으려고 수심 5m 속 지질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뻘층 1m를 들어내고 사석(沙石)을 붓고 블록을 놓으면 될 줄 알았는데, 자꾸 이게 내려 앉더라구요. 결국 처음에 조사를 잘못 한 거죠."
-흔히 연약지반이라 부르는데, 그걸 '뻘'이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어부들이 느낄 때는 그 뻘이 바로 연약지반입니다. 고정식 그물인 정치망을 바닷물 속에 한달만 놔둬도 뻘 속으로 쑥 들어가고 맙니다. 굳기 전 시멘트나 찰흙 같다고 할까요. 정치망을 1년 가까이 놔두면 앵커(그물의 추)가 뻘 속에 묻혀버립니다. 그러니 주민들은 가덕도 앞바다 수심 20m 아래에 이 뻘이 15~20m로 두텁게 있을 거란 얘기를 합니다."
-10여년 전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의 해저터널 공사를 이 곳 가덕도에서 했는데, 당시 시공 업체는 최신 공법들을 통해 연약지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토목기술 쪽은 제가 잘 모르니 뭐라 얘기할 순 없겠지요. 이 곳 대항마을로 빠져나오기 전, 거가대교로 직진하는 도로를 이용하면 천성항 쪽에서 해저터널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부산신항으로 출입하는 대형 컨테이너선과 화물선박들의 통행을 위해 가덕수도(水道) 구간에 터널을 뚫은 건데요. 문제는 가덕신공항을 위한 연약지반 개량을 한다고 철근 파일을 쾅쾅 박아대면 그 터널에 충격과 울림이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되긴 합니다." -이 곳이 외해(外海)여서 바다 매립과 공항 입지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가덕도 일대는 바람, 파도, 안개, 태풍 등 없는 게 없는 곳입니다.(웃음). 태풍이 북상하면 제주도가 1차로 맞고, 다음이 가덕도 입니다. 그리고는 서(西)로 가든, 동(東)으로 가든 행로를 정하지요. 파고 2~4m, 풍속 10~14m(초속)면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데, 이 곳 가덕도는 파도가 1m는 더 높고, 풍속도 5m는 더 빠른 곳입니다. 풍랑주의보도 한 달에 두세 차례 내려지는 건 기본이구요. 가덕도 앞바다도 근해(近海)라기 보다는 먼바다에 가깝습니다. 조류가 워낙 강해서 양식업도 하기 힘든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 6년간 공항 건립 공사를 어찌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바람 방향은 어떤가요. 공항은 이것도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사계절 바람도 모두 제각각 입니다. 봄엔 샛바람(동풍)이 엄청 불고, 여름엔 남서풍, 가을·겨울엔 서풍과 북서풍이 불지요. 윗 지방에 눈이 오거나 영하 4~5도(섭씨)만 돼도 이 곳은 한 3일 씩은 북서풍이 계속 불면서 모든 게 다 날아갑니다. 정말이지 공항 짓자고 하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1년 살아보고 그런 얘기 했으면 싶어요." -공항을 짓는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까요. 보상을 더 받으려고 반대투쟁 한다고 여길 수 있는데...
"공항을 짓는다면 이 곳 대항항과 남쪽 외항포항, 동쪽 새바지항의 어민들이 삶의 터진을 잃게 됩니다. 북쪽 천성항 쪽도 물류단지 등으로 개발될 거란 얘기도 있구요. 대항마을의 경우 320가구에 주민이 400명 정도인데, 원주민은 150명 남짓 됩니다. 나머지는 공항 얘기가 나오면서 지어지기 시작한 다세대주택 등에 주소지를 둔 외지인들이구요. 이 분들은 보상을 받으면 좋을 지 몰라도,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원주민들은 완전히 생업을 잃게 되는 겁니다."
-원주민 퇴거 문제는 만만치 않은 문제겠군요.
"대항마을 어촌계에 가입한 주민이 120명 가량 됩니다. 근해의 통발, 수심 깊은 곳까지 나가는 자망어업에 종사하죠. 낚싯배까지 포함하면 배도 100척 가량 되구요. 3~5월엔 숭어가 제철인데, '숭어들이'라고 200년 넘은 축제가 있어요. 전통 배 6척으로 숭어를 잡는 거죠. 유명한 가덕도 대구는 12~2월에 많이 잡힙니다. 한마디로 황금어장이죠. 숭어 제철 때는 어촌계에서 8억~9억원을 벌어들이는데, 그러면 계원들 별로 한해 1억 이상은 벌게 됩니다. 이 원주민들이 신공항 짓기 시작하면 바로 나가야 할 판입니다."
-부산시는 이런 원주민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나요.
"며칠 전 부산시의 시민소통팀장이란 분이 민원 청취한다고 왔습니다. 제가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따지니까, '저희들도 공항이 된다고 해야 오지 않겠느냐'라고 자기들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박근혜 정부 때는 밀양 대안과 경쟁을 해서 그랬는지, 부산시의 공항관련 부서 국장이 왔었죠."
-일종의 투기성 난개발도 심하다고 하는데.
"새바지항 쪽에 다세대 같은 건물을 많이 지었습니다. 짓기도 전에 분양도 다 되구요. 3.3㎡(평)당 2000만원 한다니 놀랍지요. 10평의 실거래가가 무려 1억7000만~1억8000만원 합니다. 고시(개발계획 관련) 떨어지기 전까진 보상이 다 된다고 소문 났어요. 공항이 된다, 안된다 갈짓자 행보를 보이면서 개발제한이나 규제도 묶였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기회가 생겨난 거지요. 외지인들만 주민등록이 늘어나고 보상에 관심 많겠지만, 대부분 연로한 원주민들은 완전 소외돼 있습니다. "
-저도 10여년 전에 해저터널 공사 때 한번 방문했었는데, 지금도 참 풍광이 멋집니다.
"가덕도 일대는 정말이지 관광자원이 많습니다. 숭어들이 전통 축제도 있고, 대항마을 뒤 연대봉에선 봉수대제가 매년 열립니다. 새바지쪽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기지가 있었던 곳도 유명합니다. 새바지 쪽은 일출, 대항 쪽은 일몰이 장관인데요. 그래서 대항 쪽에 70억원 넘게 들여 나무데크길도 만들었습니다. 이런 게 모두 아깝게 사라질 운명입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