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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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자문기구이지 집행·의결기구가 아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고용노동부와 국회에 '때아닌 훈수'를 뒀다. 지난 17일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서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정신에 미흡하다고 비판하면서 말미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소관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경사노위 산하로 옮기고,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경사노위 위원장이 위원을 위촉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는 대통령의 자문 요청에 응하는 자문기구이지 집행이나 의결기구가 아니다"라며 "자문에 응하는 협의기구에 불과한 경사노위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두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한다는 것은 행정조직 체계나 질서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지적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참여하면 경사노위 복귀로 비칠 수 있는데다, 불참할 경우 노조 전임자 수 결정을 넘어 향후 조직 운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는 게 경영계의 평가다. 당초 지난해 12월 노조법 개정 당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고용부 소관에서 경사노위로 이관하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노사 자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친정부 공익위원이 많아 대화판이 노동계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논의하면 결국 '노조 전임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경영계의 우려였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해 12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법 개정을 강행했다.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는 노사 위원 각 5명과 경사노위 위원장이 추천하는 공익위원 5명 등 총 15명으로 운영된다. 결국 경사노위 위원장이 추천한 공익위원 손에 노조전임자 수의 확대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경사노위 위원장이 고용부 장관에게 통보하고, 장관은 통보받은 그대로 고시하도록 돼있다.

민주노총의 지적대로 경사노위는 대통령의 자문 요청에 응하는 자문기구이지 집행이나 의결기구가 아니다. 정부의 공익위원 추천권을 배제하겠다지만, 결국 사실상 정부와 뜻을 같이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누구를 공익위원으로 앉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조 전임자 수를 늘리기 위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정부에서 빼내 노동계 판으로 끌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