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투어' 해외직구 대행서비스 시작
'노랑풍선' '타이드스퀘어' 등도 가세
'클룩' 홍콩 대만에 한국 특산품 판매
"수익 작아도 고객·협력사 관리효과 커"
이 여행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력인 여행상품과 항공권 판매가 급감하자, 해외 특산품 판매로 눈을 돌렸다. 이탈리아 발사믹 20년산 식초와 스페인산 올리브·아르간 오일, 호주산 세럼 제품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날개가 돋힌 것처럼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탈리아 현지와 같은 가격에 내놓은 스페인 올리브갤러리의 오일 제품은 단 3시간 만에 3000캔이 완판됐다.
코로나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여행사들이 잇달아 'e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현지의 인기있는 특산품만 골라 판매하는 '버티컬 커머스' 전략이 억눌린 해외여행 욕구와 맞물려 여행시장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산품 판매부터 구매·배송 대행까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해외 특산품 판매를 시작한 참좋은여행은 올 1월까지 석 달간 유럽 특산품 8000개를 팔아 5억6000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특별한 홍보 없이 31만명 기존 회원 대상으로만 자사몰인 '참좋은마켓'에서 판매된 제품들은 확보한 물량이 2~3일 만에 동이 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현지 가격과 동일하게 내놓은 마케팅 전략이 적중하면서다. 참좋은마켓에서 판 이탈리아 레오나르디 콘디멘토 발사믹 20년산 식초는 국내에서 50% 가까이 비싼 15만~16만원에 판매되고 있다.특산품 판매가 기대이상의 인기를 얻으면서 참좋은여행은 해외 특산품 전용 온라인몰 상시 운영을 위한 전담팀까지 꾸렸다. 19일 열리는 주총에는 사업목적에 판매업을 추가하는 계획이 안건으로 올라간 상태다. 한지훈 참좋은여행 마케팅본부장은 "단발 이벤트성으로 운영하던 참좋은마켓을 상시몰을 전환하고 해외 특산품 종류를 더 다양하게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특산품 판매 외에 해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대신 구매하고 배송까지 해주는 대행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월 판매대리점과 공동구매 형태로 스페인 아르간오일과 프랑스 파리 몽쥬약국 콩당세 세럼을 판매한 모두투어는 2억원에 육박하는 판매 실적을 올렸다. 지난 10일엔 영국 런던법인과 함께 영국과 프랑스, 독일, 미국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대신 구매·배송해주는 해외직구 대행몰 '샌드미(send mi)'를 정식 오픈했다.
국내·외 온라인여행사(OTA)도 e커머스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현대카드 프리비아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이드스퀘어는 지난해까지 신용카드 포인트몰을 운영하던 경험을 살려 해외 특산품을 공급하는 자사몰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차세대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이는 노랑풍선도 플랫폼에 e커머스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OTA 케이케이데이(kkday)는 작년 9월 대만에 있는 본사와 한국지사가 대만 망고젤리와 크래커 등을 판매했다. 클룩(klook)도 홍콩 본사와 대만, 한국 지사가 공동으로 현지 특산품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지사가 김, 마스크팩, 스낵세트 등을 구매하고 본사와 해외지사가 현지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협력사 관리, 고객·수익 확보 '일석삼조'
여행업계가 해외 특산품 판매를 통해 e커머스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고객과 랜드사(현지 여행사) 등 기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여행시장이 멈추면서 줄어든 스킨십을 늘려 기존 고객의 이탈을 줄이는 동시에 신규 고객 유치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에 지사와 랜드사 등 파트너를 둔 여행사 입장에서 제품 구매·배송에 많은 품을 들이지 않아도 돼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요인 중 하나다.모두투어는 300만이 넘는 온라인회원 서비스 강화를 위해 해외 특산품을 구매할 때 여행사 마일리지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클룩은 특산품을 구매하는 회원들에게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모두투어 상품기획부 관계자는 "해외 특산품 판매는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해외 쇼핑몰 구매·배송 대행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지는 않지만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패키지여행 상품, 항공권에 비해 매출과 수익 규모는 턱없이 작지만 곳간이 텅텅 빈 코로나 보릿고개 상황에선 '가뭄의 단비'인 셈.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단가를 낮추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금보다 더 높은 마진을 보장받는 '알토란'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행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상필 참좋은여행 부장은 "해외 특산품 판매는 수익보다 1년 넘게 여행객이 끊기면서 경영난에 빠진 랜드사 등 현지 협력사의 조직과 서비스 재정비를 돕는 상생의 의미, 그리고 이를 통해 향후 여행시장 재개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