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7일(현지시간) 조기 긴축 우려를 잠재우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도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외국인은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8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초 이후 누적 순매수 금액은 전날 537억원에서 이날 5380억원으로 늘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이날 0.61% 상승한 3066.0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변동성 지수(VKOSPI)도 최근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VKOSPI는 이날 7.34%떨어진 22.73에 장을 마쳤다. 다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날 같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속도가 늦춰졌을 뿐 추세적 금리 상승세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Fed의 조치는 금리 급등을 억제하는 정도에 불과했다”며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대로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금리가 급등했던 2018년 상황을 보면 당시 3%를 넘어서면서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았다”며 “이번에도 그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임계점이 될 만한 미 국채금리 레벨은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최근 속도가 빠른 것이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회피로 귀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이는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날 Fed가 내놓은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6.5%에 달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2~3% 수준으로 떨어질 예정이고, 이에 따라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미국 성장률 하락의 영향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은 금리와 환율 간 힘겨루기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금리 상승세가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 달러 약세 전환은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하반기가 다가올수록 강도는 약해질 것”이라며 “미국 금리가 올라도 달러가 약세일 때는 신흥국으로 자금이 많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