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표류하다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며 작년 3월 입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이달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회사는 유사시 고의·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고, 입증 실패 시 징벌적 과징금을 물게 되는 등 민·형사·행정상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반대로 소비자는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 해지권을 갖게 돼 금융시장 전반에 큰 변화와 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불과 1주일을 앞둔 그제 최하위 규정(감독규정)을 발표하며 입법과정을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모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많다. 금융 현장에선 ‘투자성향을 평생 못 바꾼다’ ‘상품설명은 꼭 문서로 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우려가 넘친다. ‘투자성향 변경’이나 ‘전자적 방식의 상품설명’이 가능하다고 금융위가 해명도 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충실히 설명하고 적합성 원칙을 구현하면 괜찮다’지만, 분쟁소지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서면 확인이라는 식이다. 금융회사들은 무(無)과실을 입증해야 하고, 과태료·과징금도 강화된 탓에 돌다리 건너듯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소비자보호의 새 장이 열렸다’고 자찬하지만 법 통과 직후부터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돌아가는 과잉입법이라는 지적이 가시지 않고 있다. 펀드에 가입하려면 민감한 개인정보인 소득을 알려야 한다든지, 일부 위탁자산은 청약철회권이 살아 있는 계약 후 7일간 운용하지 못한다는 걱정이 쏟아졌다. 금융회사에 대한 일괄 제재에 집중하다 보니 해당 금융회사에 소속된 선량한 판매자들이 자신과 무관한 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40만 명 보험설계사들이 녹취장비로 무장하는 것 역시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지막 규정 제정까지 업계와의 소통과 소비자 불편 경청에 소홀했다. 문제 조항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보다 피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명분에 치우칠 경우 오히려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산시스템 구비에만 최소 2~3개월이 걸리는데 법 시행 불과 1주일 전에 기준을 내놓는 방식도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의 단면일 것이다.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6개월 유예·계도기간 동안 합리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