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 간에 관련성이 없고,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결론을 내리며 국내 접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EMA는 "AZ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증 사례와 관련한 검토 결과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라며 승인 권고를 유지했다. EMA는 이와 함께 '백신과 혈전 무관'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EMA는 앞서 오스트리아에서 신고된 혈전증 2건과 백신 접종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날 EMA는 "매우 드문 종류의 혈전과 AZ 백신 접종 간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AZ 백신에 대한 접종 권고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EMA가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발표하면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라투아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 유럽 주요국 정부는 AZ 백신 접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AZ 백신 접종 후 뇌혈전증이 발생했다는 사례보고가 잇따르자 EMA의 추가 검토 결과와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접종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연방정부와 16개주, 백신 승인 담당기관인 파울에를리히연구소(PEI)와 협의 결과 내일부터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EMA의 결정은 AZ 백신의 안전성과 질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AZ 측도 성명을 내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멈추는 데 있어 우리 백신이 지닌 압도적 이익을 긍정한 당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앞서 20여 개국이 접종을 중단한 상황에서도 계획대로 AZ 백신을 접종을 진행해 왔다. 애초 접종을 중단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던 것인데 EMA의 이번 결론으로 정부의 입장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답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이 '혈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아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으셔도 된다. 질병관리청 직원들도 모두 접종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일부 국가의 AZ 백신 접종 중단에 대해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이 전날 브리핑을 통해 "백신접종 후 혈액 응고 이상반응 보고에 따른 예방조치 차원이다"며 "백신과 (혈전 간의) 관련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EMA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국내에선 AZ 백신과 혈전 생성을 두고 불안감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7일 백신 접종 후 사망한 60대 요양병원 환자, 전날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접종자 등 혈전 생성 사례가 지속 보고되면서다.

20대 환자는 지난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는데 이후 뇌혈전증 소견이 확인돼 이상반응 사례로 신고됐다. 이 환자는 현재 안정된 상태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