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밀릴 수 없다"…하이브리드카 1위 日의 꿍꿍이 [김일규의 네 바퀴]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EV) 판매를 늘리기 위해 하이브리드카(HEV) 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 분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하이브리드카 세계 1위인 일본은 어떻게든 패권을 더 유지하고 싶어 한다. 전기차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하이브리드카로 최대한 버티다 수소차로 직행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이브리드카 세율 높이는 인도네시아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생산된 차량이 대상이다. 전기차 세율은 현행 0%를 유지하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는 종전 0%에서 5%로, 기타 하이브리드카는 종전 2~12%에서 6~12%로 인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20대에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1000대를 넘어섰다.
"전기차에 밀릴 수 없다"…하이브리드카 1위 日의 꿍꿍이 [김일규의 네 바퀴]

○우리 정부, 하이브리드카 친환경차에서 제외

한국 정부는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상 ‘저공해 자동차’의 정의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께 시행령을 고쳐 2023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며 “온실가스를 더 빨리 감축하기 위해 저공해차 범주에 전기·수소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는 남기고 하이브리드카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저공해차를 1~3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1종 저공해차는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다. 2종 저공해차는 하이브리드카와 PHEV, 3종 저공해차는 액화석유가스(LPG)차와 휘발유차 중 배출가스 세부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이다. 업계는 이 가운데 1종과 2종을 통상 친환경차로 부른다.

○다급해진 일본 도요타

다급해진 것은 일본이다. 도요타는 미국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에 전기차를 포함해 다양한 자동차 파워트레인 기술을 '포용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하이브리드카도 계속 지원해달라는 얘기다. 로버트 윔버 도요타 북미 지사 팀장은 성명에서 "전기차가 미래차 해답의 일부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유일한 답은 아니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사는 전기차에 주력하고 있지만, 도요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도 대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GM은 EV 세제 혜택 확대 호소

반면 GM은 전기차 지원을 더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GM은 미국 정부가 EV 제조 및 공급망 투자와 관련, 세제 혜택을 늘리고 EV 구매 보조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의 작년 미국 판매량 255만대 중 EV는 2만대에 불과했다. 이에 GM은 EV와 자율주행차에 향후 5년 간 2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내 EV 판매량은 전체 차량의 2%에 불과하다. 미국 에너지부는 조 바이든 정부 공약인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EV 관련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영향

우리 정부가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면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도요타차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한국 내 판매량의 약 98%가 하이브리드카여서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가운데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판매하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12만7996대를 팔며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했다. 전년 대비 68.5% 늘었으며 전체 친환경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6%로 높아졌다. 투싼, 그랜저, 쏘렌토 등 신형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끈 덕분이다.

업계는 정부가 친환경차 범위를 축소하더라도 현대차·기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전기차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정책 변경의 여파는 수입차업계에 크게 미칠 전망이다. 최근 수입차업체의 하이브리드카 판매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만5988대가 판매됐다. 2019년 대비 57.5% 증가했다.

수입차업체 중에선 도요타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렉서스는 지난해 한국 내 판매량(8911대)의 98.3%(8758대)가 하이브리드카였다. 수입 하이브리드카 1위인 ES 300h가 절반 이상이었다. 도요타의 RAV4 HEV도 지난해 2041대나 팔렸다. 그러나 렉서스와 도요타엔 당장 이를 대체할 전기차가 없다.

○전기차 최종 승리?

우리나라에서도 아직은 하이브리카다 대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친환경차 등록 현황을 보면 전체 82만329대 중 하이브리드카가 67만4461대에 달했다. 전기차는 13만4962대 수준이었다.

전기차는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에 대한 제약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가 꺼려지는 소비자 상당수가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패권 전쟁. 승자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언제' 최종 승리할 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