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배터리 자체생산 검토…LG·SK '초비상' [최만수의 전기차배터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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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완성차 업체 줄줄이 배터리 독립선언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
어제의 고객사가 오늘의 경쟁사로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
어제의 고객사가 오늘의 경쟁사로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선언'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배터리 자체생산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토요타 GM 포드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곧이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실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강화했다.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연구하고 전해질의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현대차의 이같은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전체 생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40%에 이른다. 폭스바겐은 예정대로 배터리 제조원가 절감을 달성하면 전기차 판매가격이 5% 이상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한다"며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대로가다간 자동차 '껍데기'만 제조하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제조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폭스바겐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표한 것이 업계에 충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테슬라·폭스바겐 두 곳이다. 테슬라는 작년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자체 배터리 생산에 착수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에서 "3~4년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토요타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전'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가 패소하면서 배터리 계약을 맺고 있던 폭스바겐 포드의 전기차 생산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의 기술력에 비하면 초기 단계 수준이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위관계자는 "LG가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메모리 반도체처럼 배터리도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와 간에 상당한 기술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후발 배터리 업체들은 수율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하더라도 100% 자체 생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폭스바겐의 경쟁사인 독일 BMW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19일 "한국 중국 유럽의 배터리 업체들과 다양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들 업체가 향후 몇년간 BMW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부터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하더라도 최소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이전까지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완성차업체들과 배터리업체들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토요타 GM 포드 등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곧이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완성차 업체 "배터리 자립해야 생존"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부품의 수직계열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파워데이'에서 배터리 자체생산 확대를 선언하자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고위층의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 내 배터리 개발실에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강화했다. 자사 전기차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연구하고 전해질의 액체 대신 고체를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인력도 대폭 보강했다.
현대차의 이같은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선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전체 생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40%에 이른다. 폭스바겐은 예정대로 배터리 제조원가 절감을 달성하면 전기차 판매가격이 5% 이상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한다"며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대로가다간 자동차 '껍데기'만 제조하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제조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폭스바겐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표한 것이 업계에 충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테슬라·폭스바겐 두 곳이다. 테슬라는 작년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자체 배터리 생산에 착수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에서 "3~4년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토요타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전'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가 패소하면서 배터리 계약을 맺고 있던 폭스바겐 포드의 전기차 생산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 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내재화까지 5~6년 걸릴 것"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폭스바겐이 배터리독립을 선언한 16일 이후 LG화학(-14.1%), SK이노베이션(-7.4%), 삼성SDI(3.6%) 등 배터리 3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하지만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의 기술력에 비하면 초기 단계 수준이란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고위관계자는 "LG가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메모리 반도체처럼 배터리도 선두업체와 후발업체와 간에 상당한 기술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후발 배터리 업체들은 수율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하더라도 100% 자체 생산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배터리 업체들을 경쟁시켜 가격을 낮추지 못하고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 현재 대세인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진화할 경우 투자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 등도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실제 폭스바겐의 경쟁사인 독일 BMW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19일 "한국 중국 유럽의 배터리 업체들과 다양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들 업체가 향후 몇년간 BMW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지금부터 배터리 내재화를 시작하더라도 최소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이전까지는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완성차업체들과 배터리업체들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