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아나필락시스다. 알레르기 때문에 생긴 급성 전신 반응을 뜻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이로 인해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게 아나필락시스다.

아나필락시스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벌에 쏘인 남자 주인공이 사망하는 ‘마이걸’(1992년)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 꼽힌다. 영화 ‘기생충’(2019년)도 복숭아털 알레르기로 인한 급성 반응을 소재로 사용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아나필락시스에 대해 알아봤다.

노출 30분 안에 급성 증상 호소

아나필락시스는 알레르기로 인한 반응 중 가장 심한 급성 증상이다. 인체가 알레르기 물질을 경험하면 면역 B세포는 해당 알레르기에 대응하는 면역글로불린E(IgE) 항체를 생성한다. 다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IgE는 비만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로 인해 수분 안에 히스타민,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이 분비되고 이들 물질 때문에 심한 전신 반응이 생긴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시작되면 대개 가려움증, 두드러기 등 피부 반응이 먼저 생긴다. 얼굴이 따끔거리기도 한다. 두드러기가 온몸으로 퍼지고 입술, 혀, 눈꺼풀 등이 붓는다. 기침, 복통, 어지럼증, 저혈압 증상도 나타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30분 안에 호흡기, 순환기, 소화기, 피부 등 다양한 곳에서 급성 증상이 나타난다. 기관지 근육 경련이 생겨 호흡 곤란, 천명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저산소증, 코막힘, 콧물 등도 흔한 증상이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 혈류량이 줄어들어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한다. 위장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복통, 소화불량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있다고 모두 쇼크 증상을 경험하는 건 아니다. 대개 3일 안에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진다. 호흡곤란 의식상실 등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일부다. 다만 이 경우는 사망 위험이 있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면 보통 몸속 IgE가 증가한다. 비슷한 알레르기 증상을 보였지만 IgE가 증가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보고된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중 상당수가 아나필락시스양 반응이다.

성인은 약물 원인 많아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음식과 약물이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수 있다. 땅콩 유제품 갑각류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밀가루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특정 음식을 먹은 뒤 달리기를 할 때 아나필락시스를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음식 의존성 운동 유발 아나필락시스다.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아나필락시스 현상이 나타나는 케이스다.

벌에 쏘이는 등 곤충 때문에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하는 사람도 많다. 약물도 주요 원인이다. 페니실린 등 특정한 계열의 항생제와 흔히 복용하는 진통제, 영상 검사 등을 위해 사용하는 혈관 조영제 등이 대표적이다. 적혈구 같은 혈액제제도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를 호소하는 환자 중 3분의 1 정도는 약물이 원인이다. 성인만 따지면 가장 흔한 유발 물질이다. 갑작스러운 알레르기 반응에 병원을 찾아 아나필락시스 쇼크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원인을 모르는 환자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음식 때문에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호소한 환자는 1185명, 약물은 733명이다. 원인이 기록되지 않은 환자는 2만776명에 이른다. 쇼크 증상 특성상 의식 소실 등의 이유로 원인 파악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는 한계도 있다.

대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피부 반응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피부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유발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음성이라고 해도 해당 물질에 알레르기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알레르기 피부 검사의 한계다.

장결제 알레르기 있었다면 접종 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폴리에틸렌글리콜(PEG) 성분이다. PEG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PEG에 대응하는 항체가 몸속에 있다면 백신을 맞은 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인구 100만 명당 4.7건(994만 명 중 47명), 모더나 백신 접종 후 100만 명당 2.5건(994만 명 중 19명)의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보고됐다. 영국에서는 화이자 백신 접종 후 100만 명당 19.7건(약 660만 명 중 130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100만 명당 10건(약 300만 명 중 30명)의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확인됐다.

이런 증상을 호소한 사람은 대부분 30~40대 여성이었다. 접종 후 증상이 생기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0분으로 상당히 짧다. 대부분 이전에 약물 알레르기나 음식 알레르기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PEG, 폴리소르베이트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에게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해당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경험이 있다면 접종 금지 대상”이라고 했다.

PEG와 폴리소르베이트는 장세척제와 화장품 등에 주로 사용된다. 이들 성분이 포함된 약으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기 전에 복용하는 코리트산, 쿨프렙산 등이 있다. 과거 음식이나 약물 때문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면 백신을 맞은 뒤 조금 더 긴 시간 증상이 생기지 않는지 관찰해야 한다.

알레르기 경험 있다면 에피네프린 처방

아나필락시스는 대부분 임상 증상을 토대로 진단한다. 피부 알레르기 반응 검사, 알레르기 물질에 반응하는 IgE를 찾는 검사 등도 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알아내기 위해 의심 물질에 소량 노출시키기도 한다. 이때 중증 반응을 호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비만세포의 활성화 정도를 통해 아나필락시스를 파악하기도 한다. 비만세포에 많은 트립타제 단백질 검사를 통해 아나필락시스 발생 여부를 진단하는 방식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막기 위해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에피네프린 주사제를 미리 처방받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증상이 생겼을 때 근육에 주사하면 바로 효과를 낸다. 이후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한 번 주사해도 반응이 없다면 5~15분 간격으로 세 번 정도 주사할 수 있다.

응급실에서 수액주사를 맞고 산소 공급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도 쓴다.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