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깔딱고개' 넘어…적어도 3개월은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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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Money 읽기
(42) 인플레보다 고용지표
인플레 우려에 시장 요동쳤지만
Fed "완전고용 전 테이퍼링 없다"
투자자, 美 고용회복 지표 주목을
(42) 인플레보다 고용지표
인플레 우려에 시장 요동쳤지만
Fed "완전고용 전 테이퍼링 없다"
투자자, 美 고용회복 지표 주목을
‘깔딱고개’를 만났다. 숨은 턱까지 차고 다리를 들어 올릴 힘은 바닥났다. 저 바위까지 가더라도 거기가 끝인지 알 수 없다. 그냥 주저앉고 싶다. 같이 출발한 이들 중 몇몇은 벌써 드러누웠다.
“그래도 여기까지 버텼는데 포기할 순 없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낸다. 한 발 앞으로 가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렇게 악전고투 끝에 깔딱고개를 넘었다.
지난 17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올 들어 투자자들이 만난 최고 난도의 깔딱고개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고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치솟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억눌렀다.
Fed가 금리 인상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힌트를 계속 내놨지만 시장금리는 자꾸 들썩였다. 금리 상승은 성장주 주가를 끌어내렸고 시클리컬(경기 민감) 종목이 뛰면서 시장은 요동쳤고 투자자는 혼란에 빠졌다.
들썩이는 금리가 잠깐의 소음이라면 성장주 베팅이 맞고, Fed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예상되면 경기 민감 종목을 사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었다.
만약 선택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주식투자를 쉬어라”는 조언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FOMC라는 깔딱고개가 나타난 것이다. FOMC를 앞두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일동 ‘대기 모드’였다.
FOMC가 내놓은 메시지는 한마디로 ‘닥치고 저금리 계속’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는데 어떻게 저금리를 계속하냐”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말란 뜻이다. 그렇게 FOMC는 투자자가 깔딱고개를 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Fed가 확실한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고 아직 유동성 공급 축소 시기가 아님을 밝혀 최근 높아진 긴축 우려를 진정시켰다”(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Fed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슈퍼 비둘기(통화완화) 스탠스를 유지한 궁극의 립서비스였다”(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는 평가가 나왔다.
FOMC 이후 상황은 깔딱고개 이후 만나는 ‘완만한 능선’에 비유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 A씨는 “Fed가 시장 우려를 한 번 눌러줬기 때문에 1~2주 전과 비교하면 투자자에게 한결 좋은 상황”이라며 “안도 랠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2개월 이상 쉬었고 성장주 중심 나스닥도 빠졌기 때문에 안도 랠리는 성장주 중심일 것”이라며 “경기 회복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다우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만한 능선’에선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미국 고용지표가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FOMC는 이번에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 돈을 풀겠다. 그 전까지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안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고용 중에서 고용에 힘을 실었다.
A씨는 “지금까지는 ‘이것도 오르고 저것도 오르네’라며 모두가 금리를 봤는데 앞으론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같은 고용지표를 쳐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 효과가 고용에서 나타나려면 최소 3개월은 필요할 것이므로 투자자로선 적어도 3개월은 번 셈”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완만한 능선’이 3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FOMC 위원(18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하는 게 여전히 다수 의견이다. 그만큼 ‘고용이 쉽게 개선되기 힘들다’는 인식이 우세한 것이다. 앞으로 나올 고용지표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지만 투자자는 능선을 걷는 여유를 한동안 가져도 될 듯싶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그래도 여기까지 버텼는데 포기할 순 없지”라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낸다. 한 발 앞으로 가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렇게 악전고투 끝에 깔딱고개를 넘었다.
지난 17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올 들어 투자자들이 만난 최고 난도의 깔딱고개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가 살아나고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가까이 치솟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억눌렀다.
Fed가 금리 인상에 거리를 두고 있다는 힌트를 계속 내놨지만 시장금리는 자꾸 들썩였다. 금리 상승은 성장주 주가를 끌어내렸고 시클리컬(경기 민감) 종목이 뛰면서 시장은 요동쳤고 투자자는 혼란에 빠졌다.
들썩이는 금리가 잠깐의 소음이라면 성장주 베팅이 맞고, Fed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예상되면 경기 민감 종목을 사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었다.
만약 선택에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주식투자를 쉬어라”는 조언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FOMC라는 깔딱고개가 나타난 것이다. FOMC를 앞두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 일동 ‘대기 모드’였다.
FOMC가 내놓은 메시지는 한마디로 ‘닥치고 저금리 계속’이다. “인플레이션이 오는데 어떻게 저금리를 계속하냐”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말란 뜻이다. 그렇게 FOMC는 투자자가 깔딱고개를 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Fed가 확실한 신호가 보이기 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고 아직 유동성 공급 축소 시기가 아님을 밝혀 최근 높아진 긴축 우려를 진정시켰다”(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 “Fed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슈퍼 비둘기(통화완화) 스탠스를 유지한 궁극의 립서비스였다”(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는 평가가 나왔다.
FOMC 이후 상황은 깔딱고개 이후 만나는 ‘완만한 능선’에 비유할 수 있다. 펀드매니저 A씨는 “Fed가 시장 우려를 한 번 눌러줬기 때문에 1~2주 전과 비교하면 투자자에게 한결 좋은 상황”이라며 “안도 랠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2개월 이상 쉬었고 성장주 중심 나스닥도 빠졌기 때문에 안도 랠리는 성장주 중심일 것”이라며 “경기 회복 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서 다우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만한 능선’에선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미국 고용지표가 관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FOMC는 이번에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 돈을 풀겠다. 그 전까지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안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고용 중에서 고용에 힘을 실었다.
A씨는 “지금까지는 ‘이것도 오르고 저것도 오르네’라며 모두가 금리를 봤는데 앞으론 실업수당 청구 건수 같은 고용지표를 쳐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 효과가 고용에서 나타나려면 최소 3개월은 필요할 것이므로 투자자로선 적어도 3개월은 번 셈”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완만한 능선’이 3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FOMC 위원(18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하는 게 여전히 다수 의견이다. 그만큼 ‘고용이 쉽게 개선되기 힘들다’는 인식이 우세한 것이다. 앞으로 나올 고용지표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지만 투자자는 능선을 걷는 여유를 한동안 가져도 될 듯싶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