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주관사 선임
자동차·IT기업서 '관심'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조원 이상의 가격이 예상되는 초대형 거래여서 M&A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임하고 한온시스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2014년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약 3조8000억원에 미국 비스테온그룹에서 인수한 지 7년여 만이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에어컨 등 공조기(열관리)를 제조하는 회사다. 국내 시장 점유율 45%(2019년 기준)로 1위이며 글로벌 공조시장에서도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조8700억원, 영업이익 약 3160억원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M&A 전문가들은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최소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으로 차량용 열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PEF와 차량용 전장사업에 관심이 많은 국내 일부 대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LG그룹·한국타이어 등 인수전 뛰어드나
폭스바겐·테슬라도 후보군 거론
한앤컴퍼니는 2018년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을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해 한온시스템에 합치는 등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기업 가치를 높였다. 인수 이후 1조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등 친환경 기술 개발도 중시했다. 최근엔 전체 매출 중 친환경 분야 매출을 40% 이상 확보하고, 친환경차 연구 인력을 6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증권가는 올해 한온시스템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약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제조업체 기업 가치가 EBITDA의 열 배 이상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업 가치로 12조원 이상도 거론된다. 한앤컴퍼니 컨소시엄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매각 가격이 8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인수 후보로는 글로벌 완성차 및 부품사는 물론이고 자동차 전장분야를 새 먹거리로 점찍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국내에선 차량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LG그룹의 참여 여부가 관심사다. LG그룹은 LG전자와 ㈜LG를 통해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헤드램프기업 ZKW를 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엔 LG전자가 글로벌 전장부품업체 마그나와 손잡고 조인트벤처(JV)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체 배터리 생산 등 전장 분야로 확장할 계획을 밝힌 폭스바겐과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수조원 규모의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을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PEF)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까지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그룹이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