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쓰나미 당시 실종도니 경찰관 아셉(왼쪽)과 최근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아셉으로 추정되는 인물/사진=인스타그램 캡쳐
2004년 쓰나미 당시 실종도니 경찰관 아셉(왼쪽)과 최근 정신병원에서 발견된 아셉으로 추정되는 인물/사진=인스타그램 캡쳐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쓰나미) 당시 실종돼 유족들이 장례까지 치뤘던 인도네시아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17년만에 정신병원에서 발견돼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1일 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州)의 한 정신병원 환자는 2004년 12월26일 쓰나미 때 이 지역에서 근무하다 실종된 아브릴 아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반다아체 앞바다 해저에서 9.1 강진이 발생한 뒤 최고 높이 30m에 이르는 쓰나미가 수마트라섬 서부해안은 물론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했다. 조기 경보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아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만 17만여명이 사망·실종되는 등 총 23만여명이 사망·실종됐다.

쓰나미가 닥친 당일에도 평소처럼 근무를 서러 갔다가 이후 가족들에게 돌아오지 않았던 아브릴 아셉도 실종자 명단 중 한명으로 올라갔다. 가족들은 그가 끝내 돌아오지 않자 장례까지 치렀다.

한편 쓰나미 발생 후 5년이 지난 2009년 아체주 자야군 파자르 마을엔 머리카락과 옷차림이 엉망진창인 한 청년이 발견됐다. 마을주민 증언에 따르면 그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를 불쌍히 여긴 마을 촌장은 반다아체의 정신병원에 데려다줬다.

병원에서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청년에게 '자이날 아비딘'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사건은 이달 들어 급격히 진전됐다. 자이날을 계속 돌봤던 정신병원 측이 최근 파자르 마을에 돌려보내도 되냐고 마을에 연락하면서다.

그러자 파자르 마을이 최근 경찰에 그의 가족을 찾을 수 있냐고 요청했고, 아체주 지방 경찰들이 병원에 찾아가 그를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이 동료 경찰이었던 아셉을 알아본 것이다. 이같은 사연은 '신의 가호로 아셉을 되찾았다'고 경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게시글 등에 따르면 아무런 기억이 없는 자이날 경찰들이 기동타격대 노래를 부르자 자세를 갖추고 따라서 흥얼거렸다고 했다. 또 기동 제복을 입은 한 경찰을 보고 "선배"라고 불렀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아셉의 형제·자매들이 정신병원으로 찾아와 유전자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 자이날은 아셉이 맞다고 믿고 있다. 형제들은 "요셉은 오른쪽 귀에 점이 있고, 이마에 흉터가 있다. 흉터는 어릴 때 욕실에서 넘어졌을 때 생긴 것이다'며 "그가 맞다. 살아 돌아왔다"고 감격했다.

현지 경찰들도 신체적 특징이 80% 이상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없는 당사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